쥐는 집 주위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간다. 밤이면 곡식자루를 뚫고 먹을 것을 훔치고 여기저기 구멍을 내어 피해를 준다. 연탄으로 겨울을 나던 시절에는 쥐구멍 때문에 연탄가스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2지(支)에서는 가장 앞에 있다.

지명에도 쥐가 붙는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방아리에 쥐산이 있고 <조선지지자료>에는 지금의 포곡읍 금어리에 쥐골이 있다고 한다. 또 백암면 근삼리에는 다람쥐골이 있는데 한자로는 狙谷(저곡)으로 쓰고 있다.

땅이름에는 까마귀도 등장한다. 까마귀봉이나 까마구봉, 가바구봉 등으로 나타나는데 전국적으로 수많은 까마귀봉이 있다. 한자로는 오봉(烏峰)이나 오산(烏山)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웃고을인 오산시도 같은 방법으로 표기된 하나의 예가 된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쥐나 까마귀가 등장하는 땅이름에는 필연적으로 쥐나 까마귀와 관련된 지명 유래가 등장한다. 모양이 까마귀처럼 생겼다거나 까마귀들이 많이 모여들어서라는 식이다. 쥐골 역시 쥐가 많았다거나 쥐처럼 생겼다는 이야기가 뒤따르게 된다.

<조선지지자료>를 보면 처인구 모현면 부곡리에 가마구봉(烏峰)이 있고, 원삼면 야광리에 가막산평(烏山坪)있다. 모구 까마귀 오(烏)자를 써서 한자로 표기하고 있는데 위에 있는 오산의 예와 같은 것이다.

가막산평은 가막산 앞에 있는 들이라는 뜻이다. 가마구는 경음화돼 까마귀가 되는데 가마구의 뿌리는 가막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가막>가마구>까마구>까마귀로 변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막샘이나 가막소와 같은 지명도 있는데 오정(烏井)이나 오소(烏沼)처럼 오자가 등장한다. 당연히 지명유래에는 까마귀가 등장한다.

가막은 으뜸이나 높다 또는 신성하다는 뜻을 가진 옛말에서 나온 말로 땅이름에 흔히 나타난다. ‘가막’이나 ‘까막’을 소리나는 대로 옮기면 ‘가막’이 되고 발음의 뜻을 따라 옮긴 것이 ‘오’이다. 그러므로 까마귀에서 지명유래를 찾는 것은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는 것일 뿐 본디 땅이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쥐골 역시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쥐가 있어서라기보다 다른 어원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쥐골은 지골이 변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골은 진골에서 ‘ㄴ’이 탈락해 생긴 것으로 본다. 진골의 뿌리는 질골이니 ‘물기가 많아 질은 골짜기’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질골>진골>지골>쥐골로 변화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비슷한 지명으로 소리개고개와 기러기산과 맹꽁자리, 뱀바위, 붕어배미, 너구리바위 등 수많은 지명들을 만날 수 있다. 땅이름 자체만으로 그 뜻을 금방 알 수 있는 지명들도 있고, 땅이름의 뿌리를 찾아내야만 의미를 알 수 있는 것도 있다.

소리개고개의 경우 솔개고개가 변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솔개고개의 뿌리는 솔고개인 경우가 많다. 솔은 산을 가리키는 옛말이기도 하고 좁다는 뜻을 가지는 고어이기도 하다. 따라서 산에 있는 고개나 좁다란 고개 정도가 되는데 새 종류의 하나인 솔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지만 솔재나 솔고개, 솔개고개나 소리개골, 소리개고개 모두 우리나라 여기저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지명들이다.

예로부터 같은 관점에서 보고 느끼며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지명들이기 때문에 같은 땅이름이 전국적으로 고루 나타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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