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 정의 카드엔 칼과 저울을 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이 있고, 그녀는 앞을 똑바로 보지 않는다. 상대의 모습이나 사정에 따라 법을 행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니까 그들의 행위로 상벌이 주어진다. 어떤 예외도 법의 심판을 벗어날 수는 없다.

8이란 숫자의 형상은 무한대의 모습을 세워놓은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8은 무한을 뜻하고 그것은 끊임없이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오는 것, 손오공의 이야기처럼 온갖 재주를 다 부릴 수 있다 하더라도 부처님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말한다.

팔자를 안다는 것은 자신의 역량을 아는 것이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동양철학을 전공한 필자의 스승님은 항상 안분지족의 마음을 알라고 하며, 주어진 삶을 인정하고 거기에 충심을 다하라고 말씀하셨다. 8의 마음은 그래서 공정하며 투명하다. 삿된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8카드가 나오면 다 안 된다고 읽어주고, 정의로운 마음으로 행할 땐 다 된다고 해석해준다.

법과 팔자는 부처님이 말하는 팔정도와 같다. 사방팔방 어디로 가든 바름만이 세상을 유지하고, 사필귀정의 업이 행해져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균형이 깨진 특별한 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헤매는 것이 7이지만 7은 결국 8을 알아 자신의 한계와 위치를 인정하게 된다.

팔(八)은 사람 인(人)자와 닮았다. 또한 팔(八)이 뜻하는 상형의 의미는 둘로 나누고 또 나뉘어 끊임없이 판단한다는 뜻이 있다. 사람은 그렇게 세상일들을 둘로 나누어 생각한다. 무엇이 더 옳은 것인지 혹은 그른 것인지 알아 그것을 행하려고 한다. 스스로 올바른 기준을 가지고 둘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다. 음양에서 사상으로, 사상에서 팔괘로, 팔괘에서 64괘로 전진하면서 세상의 이치를 알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주역이다. 주역은 세상의 것이 하늘과 연못과 불과 번개와 바람과 물과 산과 땅의 기운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8은 대자연과 우리 인간들의 이야기를 품고, 우리와 영원히 함께한다.

박서연

8카드가 나오면, 7번과 달리 잔머리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문제가 있는 상황이네요.” “안돼요!” 라고 필자는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보통 타로를 보러 오실 때 자기 생각에 빠져 개인적 욕심이 앞설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로 안 될까? 그냥 법대로 자연이 시키는 대로 살면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데, 우린 그 안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과연 특별함이 좋은 것일까? 엄청난 부자가 되면 아무 고통도 없을까? 사랑에 폭 빠지면 기쁨만 넘치고 걱정과 불안은 사라질까? 인간 세상에는 좋은 것이 있으면 반드시 나쁜 것이 따라오고, 나쁜 것을 극복하면 좋은 것이 온다. 8을 아는 것, 그것이 결국 완성의 수 9번 구도자로 가는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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