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용인은 미분양 가구 수가 8156세대를 기록하는 등 전국 최대의 미분양 무덤으로 불렸다. 국토부는 당시 지역의 미분양 사태에 대해 공급 과잉에 따른 일시적 ‘소화불량’으로 해석하며 미분양 증가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지역의 미분양 가구 수는 정점을 찍은 작년 11월 이후 계속 줄어 4월에는 5635가구로 나타났다. 갑작스런 분양 물량의 증가가 일시적인 미분양으로 이어졌다는 국토부의 주장이 입증된 셈이다.

하지만 미분양 가구 수가 계속 줄고 있음에도 용인 내 미분양  불량 과입 우려를 씻어내기에는 부족하다. 전국 미분양 가구 수에서 2위를 기록한 고양시의 1989가구에 비하면 3배에 달하는 높은 수치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신분당선 개통과 함께 지역의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면서도 “용인 전체의 미분양 가구 수는 여전히 높다. 특히 용인의 악성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은 경기지역의 전체 악성미분양 중 무려 66%를 차지한다. 또 교통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역의 경우 긍정적인 전망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그 예로 처인구 남사면에 약 7000가구의 대단지로 조성될 H단지의 경우 지난해 11월 분양에 나섰지만 전체 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3000가구 정도가 미분양되는 기록을 남겼다. 문제는 아직도 이곳에 2000가구가 넘는 미분양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는 기흥CC와 레이크힐스용인CC 사이에 위치하며 대중교통으로 진·출입이 어려워 입지 여건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 도심 진출로는 오산시청·용인시청으로 통하는 82·321번 지방도로 둘 뿐이다. 때문에 교통 등의 기반시설 없이 대규모 단지를 조성한 것이 높은 미분양률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우려를 나타내는 또 다른 이유는 용인에서 하반기에 분양될 예정이거나 계획되고 있는 분양 물량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신갈동 ‘신흥덕 롯데캐슬 레이시티’는 7월 1597세대가 분양될 예정이고, 성복동 ‘성복역 푸르지오’는 1628세대가 9월 분양 예정이다. 동천동 ‘동천자이 3차’ 430세대가 12월에, 신봉동 ‘신봉2구역 자이’는 3300세대가 내년 3월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분양이 계획된 곳도 역삼동 포스코 더샵의 2446세대와 신갈동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1030세대가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올 하반기 지역에 예정돼 있는 신규 분양은 총 6571세대로 이 물량이 전부 분양에 들어간다면 작년 하반기 8000세대를 넘어섰던 미분양 사태가 다시 재현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대규모 미분양은 곧 시행사와 건설사의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또 입주와 함께 집값 하락으로 인한 ‘깡통아파트’와 ‘하우스푸어’가 늘면서 지역의 중산층이 무너질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계획된 도시 개발이 아닌 마구잡이식 아파트 허가로 인한 교통과 교육, 주거환경의 문제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아야 한다.

최근 시는 법무연수원 부지에 6500세대의 대규모 뉴스테이 건설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토지공사(LH)와의 협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뉴스테이 제안이 최선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고 용인의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시의 계속된 아파트 늘리기 정책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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