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페라단 홈페이지 캡쳐

1995년 벨기에 출신 영화 감독 제라르드 코르비오가 만든 영화 파리넬리(Farinelli)의 감동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파리넬리는 영화에서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당시 오페라극장을 주름 잡았던 거세된 남성 성악가의 절규에 가깝지만 절규할 수도 없는 ‘울게 하소서’를 통해 기가 막힌 인생의 슬픔을 노래한다. 주인공 파리넬리는 거세된 성악가 중에서도 가장 유명했던 당시 대스타 카를로 브라스키(1705~1782)의 삶을 보여준다.

인류역사에서 동물을 다스리기 위해서 시작된 수컷의 거세가 인간에게까지 이어진 거세남들의 출연은 B.C 4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근처에 살았던 수메르인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카스트라토(내시)의 목적은 왕실과 군사용, 정치적으로 귀족들의 근친으로 인한 부패를 막기 위해서다. 1500년 후반부터 1800년 후반까지 노래를 시키기 위해서 이용된다.

8~10세 사이의 어린 소년들을 거세시킨 결과 변성 전 소리를 평생 유지할 수 있었고 성인이 된 건장한 남자의 허파에서 뿜어 나오는 파워와 고음이 합성돼 어마어마한 성량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 여인들은 1588년 당시 교황 시스토 5세의 의지에 따라 시작된 성차별로 노래를 부를 수 없었기에 성가대 또한 어린소년들과 거세남들로 이뤄지게 된다. 이후 하느님을 섬기는 예식을 위해서 희생된 인간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카스트라토 성가대를 없애달라는 청원이 시작됐다. 하지만 성가대를 없앤 결과 신자들이 미사에 더 이상 오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이것이 극장으로 이어져 카스트라토 가수들은 오페라 극장에서 여자와 남성 역할을 동시에 맡아서 불렀다. 특히 1500~1700년 사이 거의 모든 오페라는 거세 가수들의 전성기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늘날까지 카스트라토 가수들에 대한 환상은 카운터 테너로 이어져서 가성으로 부르는 바로크오페라전문 남자 가수들의 연주를 자주 볼 수 있다. 영화에서 불렀던 ‘울게 하소서’ 아리아는 작곡가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에 나온 아리아로 헨델은 카스트라토들의 전성기 시절 가장 많은 작품을 써 성공한 작곡가였다.

리날도(Rinaldo)
3막 오페라
작곡가 : 프리드리히 헨델(1685~1759)
대본가 : G. 로시 초본 : 아담 힐
원작 : 코르콰토 타소의 해방된 예루살렘
초연 : 1711년 2월 24일, 런던 퀸스 극장

줄거리
무대는 십자군전쟁시대. 주인공은 젊고 유능한 기사 리날도다. 리날도는 알미레나를 사랑하는데 그녀는 고프레도 다 불리오네의 딸이고 그녀의 아버지 고프레도는 성지를 찾아다니는 군대의 최고사령관이다. 마법사 아르미다는 마법을 이용해 리날도가 그녀에게 반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질투심에 사로잡힌 아르미다는 리날도의 애인 알미레나를 마법의 정원으로 빠트린다. 정원에 갇힌 알미레나는 연인을 그리워하며 그 유명한 ‘울게 하소서’ 아리아를 부른다. 비신앙인 아르간테왕은 알미레나에게 반하고 이야기는 더욱 복잡하게 된다. 아르간테 왕은 마법사인 아르미다의 연인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리날도는 마법에서 벗어나고 알미레나를 구하러 갈 수 있게 된다. 아르미다와 아르간테는 리날도에 의해서 감옥에 갇히게 되고 마지막에 아르간테와 아르미다가 그리스도교로 개종하는 것으로 오페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헨델이 런던에서 처음 거주하던 시기에 작곡된 작품이다. 14일 만에 작곡돼 15일간 연속으로 공연됐다. 이는 당시 18세기 초에는 없었던 대성공으로 간주된다. 퀸스 극장의 무대는 특별히 준비됐으며 웅장하기까지 했다. 마법의 정원 장면에서는 실제 새까지 등장했는데 오늘날에도 보기 드문 장면이다. 세상은 수로 이뤄져 있다. 하나의 개별이 하나의 성격을 갖고 분리돼 다시 조합되는 세상. 그게 수의 세상이다. 그런 수를 인간만이 자연에서 발견했고 수의 개념을 통해 자연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창조의 삶을 누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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