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 잎과 꽃

장마가 지기 전 한창 숲이 싱그러울 때이다. 뻐꾸기 소리가 오전 내내 뒷산을 울린다. 참새, 까치, 까마귀, 박새 등 새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개미, 거미, 노린재, 여러 나비종류들도 우리주변에 가득하다. 뭔가 꽉 찬 느낌이 든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장이 섰다. 여러 과일들이 풍성하다. 장마 전이라 맛이 정말 좋다며 상인들이 손짓을 한다. 과일을 보고 있자니 “봄에 잎이 가장 늦는 나무는 감나무란다.” 엄마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런데 감나무만큼이나 늦게 잎이 나는 게 대추나무다. 다른 나무들은 벌써 잎이 다 피고 그늘을 만드는데 대추나무는 아직도 벌거숭이다. 그래서인가 벚나무, 아까시나무, 밤나무 꽃이 다 지고 나면 그제야 대추나무에 꽃이 핀다. 여름장마 지기 전에 얼른 꽃피우고, 추석에 맛난 열매 주려고 그러는가 보다. 요즘 한창인 대추나무 꽃은 앙증맞은 장난감 같다. 색이 연둣빛이라 꽃 자체가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워낙 다닥다닥 붙어나기 때문에 꽃이 핀 것은 대번에 알 수 있다.
대추나무 잎은 구불구불하고 맨들맨들하고 축 쳐져있다. 항상 비에 젖은 듯하고 약해 보인다. 대추나무 주변에는 어린 대추나무들이 많이 있다. 열매가 떨어져서 싹이 트는 것들이 많은 모양이다. 뿌리 주변에 잔가지가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을 포기나누기 해 심으면 3~5년 후엔 열매도 맺는다. 약해보이지만 번식력이 강한 식물이다.

대추나무

어린 대추나무는 가시 때문에 다른 동물들이 건들지 못해 잘 살아남는다. 대추나무의 가시는 턱잎이 변한 가시이다. 장미 가시는 잎이 변한 가시이기 때문에 똑 따서 코뿔소놀이를 할 수 있다. 찔레의 가시는 줄기가 변한 것이라 가시를 따려하면 줄기가 주욱 하고 함께 벗겨진다. 쥐똥나무처럼 가지 끝이 가시처럼 되는 경우도 있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의 자기방어책 중 하나인 가시도 참 여러 종류다.

대추는 열매를 ‘딴다’고 하지 않고 ‘턴다’고 한다. 긴 막대를 이용해 대추나무의 가지를 때려서 대추를 털거나 나무를 흔들어서 떨어뜨린다. 열매가 작은데다 가시까지 있으니 일일이 손으로 열매를 따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잔가지들이 함께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가지치기가 된다. 그러고 나면 다음해엔 더 먹음직스런 열매가 달릴 것이다. 제사가 많았던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집에 항상 대추가 있었다. 그때는 대추가 무슨 맛인지 몰랐다. 그저 “대추를 보고 먹지 않으면 늙는다”는 어른들의 말씀에 반강제로 두어 개 집어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나이 들어보니 대추가 다 익지 않았을 때는 새콤한 사과 맛이 좋고, 다 익으면 달콤한 깊은 맛이 좋다.

대추나무는 아주 옛날부터 우리주변에 심어 길렀다. 대추나무는 묏대추나무를 대목으로 여러 가지 품종을 접목한 것이다. 묏대추는 우리나라 전국에서 볼 수 있다. 열매는 먹을 수 있지만 과육이 적다. 대추나무의 가시보다 더 강한 가시가 있다. 중국 또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라고 하는데 나라의 경계는 사람이 정한 것이니 아마 ‘아시아 동쪽에 대추나무가 많이 있었나 보다’라고 알고 있으면 될 것 같다. 참고로 일본에는 자생하는 묏대추가 없다고 한다. 폐백에서 시부모님이 던져주신 대추와 밤은 모두 먹어야 아들딸 많이 낳고 잘산다고 했다. 필자도 폐백 때 받았던 대추와 밤이 참 많았는데, 대추는 모두 맛있게 먹었지만 밤은 까기 귀찮아 먹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만 낳고 잘 살고 있나보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