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향금

하나의 제도가 완전하게 정착되기까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것도 있다. 또한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그 제도로 인해 혜택을 받아야 하는 당사자 입장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신중하게 고민해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 인력을 제공해 장애인의 자립생활 및 사회참여 증진을 도모한다는 사업목적으로 시작된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그 예라 할 수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추진경과를 살펴보면 2007년 장애인복지법에 의거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로 최초 시행되기 시작했다. 두차례의 시범사업을 거쳐 2010년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뒤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공포 과정에 이어 2011년 10월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됐다.

처음 장애인 활동보조지원사업으로 서비스가 시작될 시기(2007년)에는 장애 유형 구분 없이 장애 등급이 1급인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서비스 단가는 시간당 7000원, 본인부담금도 소득수준에 따라 월 2만원에서 월 4만원까지다. 제공시간은 월 20시간에서 80시간까지이고, 추가급여 사유인 경우 최대 180시간까지 제공됐다.

인정등급 판정을 위한 기본조사 내용은 일상생활동작(ADL)을 수행하는데 있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정도를 조사해 등급판정을 내리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장애유형에 따른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신체적으로는 불편함이 덜 하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신적 장애인들에게는 크게 도움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이러한 인정조사표의 문제점이 지적돼 현재는 수단적 일상생활수행능력(IADL)을 평가하는 항목이 추가돼 신체적인 부분에 한정돼 있던 한계를 보완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후 2013년 서비스 대상자를 장애등급 2급까지 확대했고, 2015년 장애등급 3급까지 서비스 대상자를 확대했다.

또한 2007년 활동보조지원사업으로 시작해 급여내용도 활동보조에 그치던 것을 2011년 장애인활동지원제도로 전환돼 급여내용에 활동보조 뿐만 아니라 방문 목욕, 방문 간호까지를 포함하는 전문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서비스 단가에 있어서도 시간당 9000원이며, 본인부담금은 소득수준에 따라 최대 22만5400원이고, 제공시간도 월 최소 47시간~최대 719시간으로 확대됐다. 추가급여 사유인 경우 월 최소 10시간에서 최대 273시간까지 제공된다.

이렇게 양적 성장을 가져오는 동안 장애인활동제도는 장애인과 장애인가족에게 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거의 24시간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중증장애인들에게 활동지원 서비스는 장애인의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장애아동의 경우 과중한 양육부담을 경감시켜주고 장애인 가족의 경제활동 기회도 제공해 장애인 가족들에게 좋은 서비스제도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 대상자가 확대됨에 따라 역기능도 나타나고 있다. 돌봄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중증 1급 장애인보다 돌보기가 조금은 수월한 2·3급 장애인을 선호하게 돼 사실 1급 장애인들은 활동지원서비스 인력을 제공받기 어려워졌다. 실제 현장에서 서비스를 원하는 수급자와 활동지원 서비스 인력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코디네이터들의 설명이다.

좋은 제도이기 때문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더 많은 대상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서비스 대상자를 확대시켰을 때 역으로 나타날 문제점에 대해 간과한 것이 사실이다.

똑같은 비용을 받고 하는 일이라면 누구나 조금은 편한 쪽을 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정말 서비스가 필요한 중증장애인들이 쉽게 활동지원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장애등급에 따른 차등단가 지급 등 제도개선이 시급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