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신흥국 경제를 짓누르던 원자재 시장의 슈퍼 다운사이클(하락장세)이 끝났다. 신흥국 투자에 있어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던 원자재 가격이 지난 1월을 기점으로 반등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국에서 투자기회를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우리는 글로벌 공조 분위기 속에 신흥국의 경제상황과 통화가치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 신흥국의 펀더멘탈과 환차손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고 있다. 따라서 신흥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는 경제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오름세, 환율전쟁은 끝났다
2014년부터 시작된 원자재 가격 급락은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직격탄을 날렸을뿐 아니라 다른 신흥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원자재 수출국의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줄면서 수주와 수출이 크게 줄고 글로벌 물동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과 유로존이 본격적인 양적완화에 나서자 신흥국들도 하나 둘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절하하기 시작했다.

옆 나라가 통화가치를 절하할 때 손 놓고 있으면 자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각국의 통화완화 정책이 경쟁하듯 이어진 ‘환율전쟁’의 결과, 신흥국 통화는 크게 약세를 보였고<그래프 참조> 글로벌 투자자들은 환차손에 대한 우려 때문에라도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기피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흥국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자제하면서 통화가치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부터 금리를 인상한 국가가 인하한 국가보다 많아졌다. 많은 국가들이 그간의 과도한 완화정책에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다. 최근에는 통화가치 절하를 목적으로 한 금리정책을 지양하자는 글로벌 공조 분위기까지 조성돼, 앞으로 신흥국 통화의 약세 움직임이 멈추고 그간의 절하폭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신흥국의 환율이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가파르게 오르던 물가상승률도 하락하고 있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브라질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1%,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은 13%에 달했는데, 이처럼 급격한 물가 상승은 해당국의 내수시장을 망가뜨렸다.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임금이 급감하자 가계의 구매력이 하락해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 크게 악화됐다. 수출도 부진한 데다 내수마저 고꾸라지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국 경제의 펀더멘탈을 우려했다. 그러나 최근 물가상승률이 7% 수준까지 다시 하락하고 있어,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는 완화될 것으로 판단한다. 물론 7%의 물가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앞으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안정된다면 물가상승률은 더욱 하락하고 경제여건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정덕진

환율·물가 안정되면 다음은 금리인하
향후 신흥국들이 자국의 환율과 물가의 안정세가 확인되면 금리인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신흥국의 실질금리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1)신흥국의 통화 약세가 진정되면서 환차손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2)신흥국 물가가 안정돼 경제의 펀더멘탈이 개선되는 중으로, 신흥국 투자에 대한 부정적 요인들이 해소되고 있다고 보인다. 또한 (3)환율과 물가가 안정됨에 따라 향후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돼 신흥국, 특히 신흥국 채권에 대한 투자에 유리한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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