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최근 한국의 미세먼지 발생이 증가하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맑은 하늘을 보기 힘들다. 범정부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마련될 정도이다. 중국에서 유입, 자동차 배기가스 등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한국 대기환경 악화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미세먼지의 경우 입자가 작아 코나 기관지에서 걸러내지 못하고 깊숙한 폐포 말단 부위까지 침투해서 만성 폐질환 환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입자가 비교적 큰 먼지들은 상부 호흡기에서 걸러지면서 점액성 물질과 결합해 가래를 형성해 기침 등의 방법으로 배출된다.

기침과 가래는 흔한 증상으로 오래전부터 많은 관찰 기록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가래를 담(痰)이라고 부르는데 ‘담’이라는 용어는 가래뿐 아니라 신체 장기의 다양한 증상을 포괄적으로 묘사한데 사용됐다. 신체의 수분 축적과 순환 과정의 문제로 질병이 발생한다고 생각했고, 흐름이 막히는 경우를 담이라고 묘사했는데, 그 범위는 부종부터 객담까지 매우 다양하다. 가래를 발생시키는 담에는 경험적으로 도라지, 감초, 마황 등 여러 약초를 사용해 증상 완화에 주력했다. 이러한 한약재 중 일부 성분은 기침을 억제하거나 소염작용, 기관지 확장 작용 성분이 발견되기도 한다.

가래에 대한 생각은 고대 서양의학에서도 비슷하게 접근했다. 우리 몸이 황담즙, 흑담즙, 점액, 혈액으로 구성돼 이들의 균형여부에 따라 건강이 결정된다고 생각했던 체액설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중세까지 서구 의학의 중심을 이뤘다. 가래는 점액의 한 종류다.  차가운 성격으로 추운 계절에 발생하며 점액에는 가래뿐 아니라 침, 부종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한방의 담과 유사한 성격으로 볼 수 있다. 감기는 찬 개념이므로 반대로 뜨거운 개념인 매운 고추를 환자에게 주면 질병이 치료될 것으로 기대했다.

중세 성당은 병자를 위한 기도와 함께 약초 등으로 공급하면서 의료기관 역할을 하기도 했다. 호흡기 질환에 많이 사용돼 폐장초라는 이름이 붙은 약초는 잎 모양이 폐와 비슷하게 생겨서 폐질환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사용됐다고 한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나 임상 실험 없이 경험적 사용으로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기침을 통해 배출된 가래를 육안으로 보면 피가 섞여 있는지 노란색 혹은 초록색으로 변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눈으로만 보던 가래를 현미경이 개발된 이후 확대해 보면서 어떤 형태로 구성돼 있는지 확인이 가능해졌다. 끈적거리는 점액 성분의 가래에는 작은 탄력섬유 다발이 존재했고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탄력섬유는 약하게 뭉쳐 있었다. 대기중 먼지와 다양한 물질들이 가래에서 관찰됐는데 머리카락 조각, 옷감의 섬유조직들의 미세한 조각, 나무로 만든 마루의 작은 파편 등 공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는 여러 성분들이 가래에 혼합돼 배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색깔이 있던 가래는 백혈구, 적혈구 등 혈액 세포나 세균이 존재했으며 세균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호흡기의 세균 제거를 위해 점액질 분비가 증가하고 면역세포들은 세균과 싸우는 과정, 즉 염증 반응이 발생한 것이다. 체액 불균형으로 가래가 생긴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벗어나 진짜 원인을 밝혀낸 것이다. 특히 코흐는 1882년 당시까지 유전병으로 알려져 있던 결핵균을 가래에서 발견해 치료의 전환을 가져왔다.

가래 구성 물질과 원인을 발견했지만 세균 치료 방법이 개발되기 이전에는 아몬드 추출액, 토근 같은 약초나 모르핀 등 마약 성분을 이용해 증상 완화 치료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세기 페니실린 등 항생 물질 개발로 세균을 직접적으로 제거하면서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을 괴롭혔던 근본적인 가래 치료가 시작됐다. 그러나 많은 기침과 가래를 배출하는 환자 객담에서 현미경성 세균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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