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20년 ‘앵벌이 자치’의 현실 언제까지...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법과 제도, 재정 등에서 독립된 지방정부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21살 성년이 된 지방자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외연상 형식적으로는 지방자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른바 ‘중앙정부의 택배 배달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과 제도, 재정 등 어느 것 하나 온전하게 독립된 지방정부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중앙정부의 지방재정제도 개편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 개편 추진을 계기로 지방자치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짚어본다.

오랫동안 지방자치를 연구해온 한 용인시 고위공무원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실을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했다. 세수 구조뿐 아니라 정보의 독점, 사무 분포 등 힘의 불균형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다고 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의 표현이다.

이같은 현실을 풍자하는 표현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앵벌이 자치’, ‘중앙정부의 택배배달부’, ‘돼지 여물통 정치’ 등이 그것이다. 지자체장과 공무원 등은 국비를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중앙정부와 국회를 찾아 머리를 조아리는 게 현재 지방자치의 현실이다.

현실도 현실이지만 법은 어떤가. 지방자치의 근거가 되는 지방자치법의 목적(제1조)을 보면 지방자치의 본질인 자율, 분권에 대한 규정이 없다. 오히려 균형발전을 지방자치의 목적으로 규정해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놓으려는 모순을 지니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1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를 정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이에 대해 정해동 용인시의회 사무국장은 “균형발전은 정부의 의무이지 지방자치단체의 몫은 아니다.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교묘하게 연결시켜 지자체간 갈등을 부추기고 시민들을 착각에 빠뜨리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방재정 강화는 자치권으로부터

지방자치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지방자치 연구자들은 지방자치권의 제약, 중앙-지방간 권한배분의 불균형, 지방재정의 악화, 세수구조의 중앙 독점화, 자치조직권과 자치계획권의 한계, 지방정치의 중앙 예속화 등을 들고 있다.

실제 자치입법권의 상징이랄 수 있는 지자체 조례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제정할 수 있다. 시행령(대통령령), 시행규칙(장관훈령)은 물론 고시 등 지침에 의해서도 조례제정은 저촉을 받는다. 지역별 다양성과 특수성을 위한 자치입법권을 무력화하고 자율적 정책결정을 불가능하게 한다. 최근 청년 수당을 놓고 복지부(중앙정부)와 성남시(지자체) 간 갈등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중앙 대 지방사무의 비율은 7대3 정도로 중앙 편중현상이 심각한 실정이다.

이번 지방재정 개편에서 드러났듯이 세수구조의 불균형과 지방재정의 급격한 악화현상이다. 지난 20여년 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끊임없이 추락해 중앙의존도가 증가했다. 이 때문에 적극적인 지역개발은 물론 주민을 위한 다양한 정책실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1997년 63.0%에서 2002년 54.8%, 2007년 53.6%, 2014년 44.8%로 감소했다. 재정구조가 중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반증으로 지방의 자율성은 점점 더 약화됐다.

자치단체장은 국비 확보를 위해 이른바 ‘앵벌이’를 할 수밖에 없고, 국비를 위해 얼마나 로비했고 성과를 냈느냐가 단체장을 평가하는 주요 척도가 되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또 중앙사무의 지방 이양 역시 재정 이양 없이 사무만 떠넘기고 있다. 그동안 1262건에 달하는 사무 이양에 따른 비용 2조원 가량을 지방재정에서 부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가 지방재정 악화를 부채질한 꼴이다.

지방자치조직권과 자치계획권의 한계도 깊이 고민해 볼 문제다. 지방조직, 정원, 직급 등은 대통령령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 제시하며 조직편성권을 구속하고 있다. 지자체 정원은 1994년 표준정원제, 2007년 총액인건비제, 2014년 기준인건비제 등으로 제한해 승인을 의무화 하며 자율권을 통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행정수요에 대한 대응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정해동 국장은 “지방자치는 중앙 기득권과의 투쟁의 산물이고 이를 지키는 것은 지방정부와 시민의 몫이자 책임”이라며 “국민으로 살아온 의식구조를 시민으로 ‘시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하고 지방자치의 가치와 중요성 등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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