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화

원포(遠浦)는 처인구 남사면 통삼리에 있는 마을이고 화포(火浦)는 원삼면 죽능리에 있다. 원포는 우리말로 ‘먼개’라 하고 화포는 ‘불탄개’라고 부르는데 『내고장 용인 지명지지』에는 다음과 같은 두 마을의 유래가 수록돼 있다.

화포는 죽능리에 속한 마을로 속칭 불탄개라 하던 것을 한자로 표기할 때 화포라 하였음. 불탄개는 불탄계, 즉 사냥꾼 포수들의 화포계모임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를 한자로 표기할 때 불탄[火彈]을 화(火)로 계는 우리말의 개[浦]로 생각하고 이를 화포라 하였다고 한다.

원포동(遠浦洞)은 통삼리에 속한 마을가운데 하나로 북정동 남쪽에 있는 마을이다. 예전에 마을 앞으로 개고랑이 있어서 이를 먼개, 멍개라 했는데 개는 옛 우리말의 포(浦)와 같으므로 먼개를 한자로 표기해 원포라 했다고 수록하고 있다.

‘-개’는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을 가리킨다고 사전에 나와 있다. 흔히 개펄과 갯벌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펄은 ‘갯가의 개흙 깔린 벌판’을 가리키고 갯벌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모래사장이나 그 주변의 넓은 땅’을 이르는 말이다. 즉 개펄은 개흙, 즉 거무스름하고 미끈미끈한 고운 흙이 깔린 부분만을 가리키고, 갯벌은 그 개흙이 깔린 부분 외에 모래가 깔린 부분까지 좀 더 넓은 부분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바닷가에 있는 해수욕장을 찾아보면 구시포니 무창포니 연포니 하는 ‘-포’가 들어간 이름이 유난히 많다. 특히 동해안보다는 서해안에 많은데 동해안보다 갯벌이 발달돼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개’를 포로 옮긴 결과인 것이다.

경기도 방언 가운데 ‘-개’는 개울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모현면 왕산리에 있는 돌자개의 경우 한자로 석자포(石子浦)로 쓰기는 하지만 매산리에서 내려오는 개울 이름임을 밝힌 바 있다.

먼개는 썰물 때 멀리까지 들어나는 개펄을 말한다. 지금처럼 하천 제방이 견고하게 축조되기 이전에는 홍수만 나면 하천 물줄기가 변하기 일쑤였다. 하천 바닥이 개흙으로 돼 있을 경우, 진흙층이 넓게 드러나게 되는데 여기서 먼개라는 이름이 유래된 것으로 생각된다. 한자표기 원포는 뜻을 살려 옮긴 한자지명인 것이다.

불탄개의 설명가운데 위편에 포수들의 계(契)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은 지나치게 작위적인 풀이로 보인다. 포수들의 계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를 불탄계라고 부르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간의 한자 풀이식 지명유래와 달리 우리말 땅이름을 멋대로 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불탄개의 ‘불탄-’이 무슨 뜻인지 확실하게 알기 어렵다. 다만 개는 개울가를 가리키는 것이 확실하다. 『조선지지자료』에 불탄개 부근에 돌상개와 양상개가 있다. 모두 들 이름으로 나오는데 붙탄개와 같은 계통의 지명으로 생각된다.

붙탄개는 불에 탄 곳 옆에 있는 개울이고 돌상개는 돌산 모퉁이에 있는 개울정도가 될 수 있다. 양상개는 양쪽으로 갈라진 형태의 개울쯤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추측일 뿐 개울이 아니라 개펄을 가리키는 말일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한 접근과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

개펄은 한자로 간석지(干潟地)라고 한다. 그러나 간사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바닷가의 개펄을 모래로 잘못 알아 간사지(干沙地)로 쓰거나, ‘석(潟)’을 혼동해 ‘사’로 잘못 읽어서 나타난 것이다. 불탄개 역시 잘못 옮긴 표기이거나 멋대로 해석한 유래일 수 있다. 그러나 두 곳의 지명 모두 개울가 평야지대에 나타나는 지명임은 확실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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