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1931년 12월 47세 남성이 기침, 호흡곤란과 다리 부종으로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기침이 있으면서 3~4일이 지나자 가래로 진행돼 감기로 생각했다. 경미한 증상이었기 때문에 일을 계속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호흡 장애가 더 심해지면서 결국 숨이 차기 시작해서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에 찾아간 것이다.

그러나 호흡 장애는 점점 심해지고 결국 이듬해 3월 호흡 곤란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1932년 10월 25세 여성 환자가 같은 증상으로 46일만에, 1933년 10월에도 36세 여성 환자가 입원 31일만에, 1935년 27세 직장인이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서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호흡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6개월 이내에 사망하자 병원이 조사를 한 결과 원인은 간질성 폐질환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만성적으로 서서히 악화되는 간질성 폐질환과 달리 급격한 진행이라는 새로운 현상이었다.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의 루이스 하만과 아놀드 리치가 보고한 이후 다른 의료기관에서 발견되면서 하만-리치 증후군이라고 불리었다가 1986년 카젠스테인에 의해 간질성 폐질환 용어가 정리되면서 현재 급성 간질성 폐렴으로 부르고 있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원인을 잘 모를 때는 급성 간질성 폐렴으로 불리었다.

CT 등 진단기기 발전으로 과거에 비해 간질성 폐질환 조기 진단이 가능해졌고 원인도 조금씩이나마 밝혀지고 있다. 폐의 간질 부위 손상의 흔한 원인은 바이러스와 세균과 같은 감염원인 경우 원인균을 제거하면 손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세균이 아닌 경우에는 제거가 쉽지 않아 지속적인 폐손상이 있을 수 있다.

호흡기는 외부 물질이 쉽게 들어갈 수 있으며 석탄, 석면 등 미세 입자 형태로 흡입하거나 독성 물질을 연무 형태로 들여 마실 경우 발생할 수 있다.

제초제로 많이 사용됐던 그라목손이나 일부 항암제 같은 약물도 폐혈관 주변부에 손상을 줘 간질성 폐질환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한약재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본에서 한방 간염 치료제 소시호탕 사용으로 1994년 이후 88명에서 간질성 폐렴 발생으로 10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대부분 인터페론 병용으로 발생한 경우로 한약재와 현대의약품을 함께 사용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역시 2000년대 초반에는 바이러스를 원인으로 생각했으나 환자들마다 서로 다른 약한 바이러스가 발견돼 원인 규명에 실패했다. 2011년 역학조사 때 바이러스를 일찌감치 배제하고 환경 물질들을 빠르게 조사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선 연구 결과를 분석한 결과이다. 그 후 가습기, 가습기 살균제, 곰팡이가 원인 후보로 지목되면서 가습기 살균제를 집중 조사해 불과 3개월 만에 원인을 밝혀낸 것이다.

간질성 폐질환은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세포 손상과 재생 과정에서 흉터처럼 딱딱한 섬유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력 강화가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알려진 경우가 있는데 간질성 폐질환의 경우 면역 강화시 악화될 수 있다. 간질성 폐질환은 일반 상식과는 반대로 면역 억제 치료를 주로 사용하며 최근 체외폐순환기(ECMO)를 통한 산소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높았던 사망률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체외폐순환기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률로 치료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한국에서는 간질성 폐질환이 낯설지만 다양한 휘발성 물질에 노출되는 현대 사회에서 더 많은 환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학 물질뿐 아니라 농가, 나무, 어촌 등 모든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심지어 팝콘에서도 간질성 폐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만성적 기침과 호흡곤란 증상이 있을 경우 주변 환경을 자세히 살펴보고 이를 정리해서 의료진에게 제출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 물질을 규명한 것도 2011년 봄, 환자 가족 중 한명이 살균제 성분에 대한 의심을 가지고 의료진에게 문의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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