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감 집무실을 이리 옮기라 하세요”

교육당국이 교실에 대한 사용금지에 따라 학생들의 컨테이너 수업이 장기화되자 원삼중학교 동문회와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른쪽은 긴급대책회의 모습.

16일 오후 3시,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이다. 이날 찾은 한적한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소재지의 원삼중학교 교문엔 현수막이 두 개 붙어있다. 농어촌거점 우수학교로 선정돼 3년간 8억원이 지원된다는 축하성 문구다. 밑에 내건 또 하나의 현수막은 내용이 우울하다. “컨테이너 교실 덥고 춥고 불안해요. 정상적인 교실을 빨리 지어주세요.” 총동문회(회장 방두환)와 학부모회(운영위원장 오우근)에서 나선 것이다.   

학교에 들어서자 철거대상인 본건물을 그대로 두고 운동장 반대편에 컨테이너 교실이 자리잡고 있다. 이날은 마침 심각한 원삼중학교 사태에 학부모들이 모여들었고 조창희 도의원과 지미연 도의원도 먼 걸음을 했다. 긴급 마련된 대책회의에 학부모들은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한 부모가 일어섰다. “애가 집에 오면 잠을 못 잔다. 아토피 피부염이 생겨 긁느라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공부가 되겠나. 공부는커녕 건강마저 해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지도 않다.”

동문회 간부도 뒤를 이었다. “막말로 애들 전학시키면 그만이지만, 이러다 수십년 전통의 학교가 아예 없어질 판이다. 인근 초등학교 졸업예정자 부모들이 이 상황을 보고 누가 학군이라고 보내겠나.”

경기도의회 교육위윈회 소속인 지미연 의원이 상황설명에 나섰다. “예비비로 충분히 신속하게 설계할 수 있었는데 골든타임을 놓쳤다. 이재정 교육감이 공약사업에 예산 쓰느라 아이들의 학습권과 건강권마저 지키지 못한 것 아니냐”며 교육당국을 성토했다.   

'ㄷ‘자 형으로 지어진 컨테이너 교실에 들어섰다. 오후 시간임에도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고 잠시 후 눈이 따가웠다. 새집에는 나는 특유의 냄새 역시 오래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하다니….” 다들 한 마디씩 한다.  

뛰어가는 한 학생을 잡았다. “공부 할만 해요?” “(배시시 웃으며) 층간 소음도 장난이 아니에요. 아저씨 언제까지 우리 여기서 공부해야 해요?”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호소처럼 들렸다.

“21세기 대한민국, 3만불 진입을 앞둔 나라에서 아이들이 2년간 컨테이너 학습을 강요당하는 현실이 정말 말이 되나요? 도 교육감 사무실을 이리 옮겨보라 하세요.” 한 학부모의 항변성 외침에 박수소리가 쏟아졌다. 벌건 석양에 비친 컨테이너 교실은 페인트 때문인지 더욱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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