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목은 은행나무의 줄임말이다. 행자라고도 하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행자목은 은행나무 목재를 가리키는 말이고 행자는 은행나무 열매를 말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행자목은 은행나무를 가리키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는데, 괴목을 느티나무 목재를 넘어 느티나무 자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쓰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은행나무는 오래 살고 거목으로 자라며 벌레가 거의 없으며 넓고 짙은 그늘을 제공하기 때문에 느티나무와 더불어 마을 정자나무로 많이 심었다. 특히 절이나 서원, 향교, 재사(齋舍) 등지에 많이 심었는데 지금도 양지향교나 심곡서원에는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남아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거수 가운데 은행나무가 가장 많은 것도 위와 같은 습속에서 유래한다. 성균관대학교의 교표도 은행잎인데 학교 옆 성균관에 은행나무 거목이 많이 남아있다.

서원이나 향교같은 유교 관련 유적에 은행나무가 많은 것은 공자님이 학생을 가르쳤다는 행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행(杏)은 살구를 뜻하는 글자이지만 은행나무를 가리키기도 하는데 행단의 행을 은행으로 생각해 많이 심은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중국 산동성 곡부에 있는 공부의 행단은 은행나무가 아니라 측백나무라고 한다.

행자목과 비슷한 발음으로 행자막이 들어가는 지명이 많이 있는데 행자막골이나 행재말골, 하지막골 등으로 소리 나는 경우가 많다. 용인에는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와 두창리에 행자막골이, 죽능리에는 행재말골이, 학일리에는 해주먹골이 있다. 또 백암면 가창리에 학자골이, 포곡읍 삼계리에 하지막골이 있다. 『조선지지자료』에 원삼면 두동리에 행자막곡(幸子幕谷)이 나오는데 위의 두창리 행자막골을 가리킨다. 다만 한자로 행자(杏子)가 아닌 행자(幸子)를 쓴 것은 행자를 은행나무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일 것이다.

행자는 발음상 행자(行者)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글자 그대로는 가는 사람이란 뜻일 테지만 주로 불교에서 수행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을 가리켜 손행자가 그 예가 된다. 행자막골 유래 가운데 ‘…행자가 묘막을 직고 있었다’느니 ‘행자가 살았다 거니’ 하는 등의 설명이 뒤따르는 경우가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행자막은 행자목의 변음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행자말도 행자막의 와전이고 해주먹이나 하지막도 여기서 좀 더 발음이 달라진 것이다. 따라서 행자막은 마을에 정자목이나 풍치목으로 심었던 은행나무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하겠다.

사족이지만 은행나무는 활엽수가 아니라 침엽수로 분류된다. 단순히 잎 모양이 넓다고 해서 다 활엽수가 아니라 잎맥이 분류기준의 하나라고 하는데 은행나무는 침엽수의 특징인 나란히 맥이라고 한다. 또 침엽수와 활엽수를 구분하는 기준 가운데 밑씨를 갖고 있는 씨방의 구조가 겉씨식물에 속하기 때문이다.

은행나무가 침엽수에 속한다고 하는 사실은 지금도 산림조합처럼 임업관련 기관이나 기업 입사시험에 단골로 출제되는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은행나무 열매 또한 식용이나 약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느니 우리 주위에 사람들에게 가장 이로움을 주는 나무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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