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을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다. ‘언제나 푸르러질까?’ 했는데 숲은 어느새 울창해졌다. 소나무의 송홧가루가 봄꽃의 끝물을 알린다. 개구리들의 짝 찾는 소리로 숲은 밤도 바쁘다.

예전에는 숲과 밭이 어우러진 뒷산에 자주 오르내렸다. 여름엔 매주 바닷가에서 물놀이와 모래놀이를 했다. 그런 어렸을 때의 기억으로 필자는 지금도 자연과 함께하는 흥미진진한 생활을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산과 들이 있는 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반반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산, 들, 강, 바다보다 식물원이나 동물원, 수족관 경험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자연과 함께 자라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가를 많은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지금 내 주변의 숲으로 아이들과 또는 아는 이들과 함께 가보자. 그러다보면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어느 숲에서 볼 수 있는 다래가 요즘 한창이다. 다래는 덩굴성 나무로 큰 나무를 타고 오른다. 꽃은 5월에 피고 열매는 10월에 누런빛의 초록색으로 익는다. 열매는 실하고 맛이 좋다. 비슷한 다래친구들로 개다래와 쥐다래가 있다. 이름에 붙은 ‘개’는 맛이 좋지 않거나 쓸모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개다래는 열매가 길쭉하고 맛이 없다. 쥐다래는 개다래와 다래의 중간정도 모양이고 맛이 좋다.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키위는 이 다래의 일종이다. 털이 억세고 덜 익은 채 수입하다보니 분명 불편한 점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란 키위는 크기도 크고 털이 적어 좋다. 곧 숲에 있는 다래처럼 표면이 매끈매끈한 키위도 나오길 바라본다.

다래 잎은 열매가 열리기 전에는 맛좋은 다래라는 것을 모를 만큼 평범하게 생겼다. 하지만 개다래는 잎 윗부분이 흰색, 쥐다래는 붉은색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참 신기하다. 잎은 보통 초록색이어서 광합성을 최대로 하는 구조이다. 서로 엇갈려 나거나 돌려난다. 심지어 구멍을 내어 아래에 있는 잎까지도 빛이 가게 돕는다. 이것이 식물이 초록인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장식용 포인세티아도 아니고, 잎이 흰색이고 붉은색이라니…. 이렇게 예외인 상황을 발견하다보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하게 된다. 식물의 잎, 줄기, 뿌리, 꽃은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것인가? 다래 꽃은 희고 앙증맞게 작다. 그래서 꽃이 곤충도 불러오지 못할까봐 잎이 지원군으로 나섰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다래나무는 암수딴그루이다. 은행나무나 뽕나무, 엄나무처럼 열매 맺는 나무는 따로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식물의 꽃은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는 구조이다.

하지만 다래처럼 암꽃과 수꽃이 다른 그루에 피는 경우, ‘으름’처럼 같은 그루이지만 암꽃과 수꽃이 구분되는 경우가 있다. 하나의 꽃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있지만 성숙하는 시기가 달라 자가수분이 되지 않는 경우, 함께 성숙해서 자가수분하기도 한다.

꽃이 벌어지지 않고 닫힌 상태에서 열매를 맺는 아주 특이한 경우도 있다. 이쯤 되면 꽃이 그저 꽃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꽃을 아름답게만 볼 것이 아니라 찬찬이 뜯어보고 오랫동안 지켜보다보면 식물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보다 더 복잡하고 알 수 없는 것이 식물 세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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