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4억 재정 감소···가용재원 ‘제로’

지난달 22일 국가재정 전략회의에서 발표된 ‘중앙정부의 지방재정제도 개편안’이 용인시를 비롯한 도내 6개 시를 뒤흔들고 있다.

6개 지자체와 시의회, 경기도의회 등은 지자체의 재정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개악 안이라며 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6개 기초지자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으며 도의회도 중앙정부의 규제와 간섭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용인시와 시의회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며 각계각층의 참여를 유도해 대응해 나가기로 해 주목된다.

6개시 재정감소액만 연간 8천억 달해

국가재정전략회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은 조정교부금 재원 배분 방식 변경과 법인 지방소득세 일부를 도세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조정교부금 재원을 재분배해 지방자치단체간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다. 현재 조정교부금은 인구수 50%, 도세징수실적 30%, 재정력지수 20%를 반영해 지원했는데, 인구수를 40%로 낮추고 재정력지수를 30% 높여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수원시는 다음 아고라를 통한 청원운동뿐 아니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수원시민 세금지키기 비상대책추진협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정부재정제도 개편 반대를 위한 수원시민 세금지키기'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럴 경우 인구가 많고 재정력지수가 높은 용인 수원 성남 등의 시는 교부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용인시의 경우 현행 2344억원에 달하던 조정교부금이 정부안대로 시행되면 1298억원으로 수입이 1416억원 감소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중기지방재정계획 등 중·장기 재정계획 수정이 불가피해 진다. 이로 인해 각종 사업이 중단되거나 축소(사업기간 연장)될 가능성이 커진다. 올해 용인시 가용재원이 1644억원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쓸 수 있는 예산이 거의 없게 된다.

앞으로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자해야 할 대규모 SOC사업만 줄잡아 11개 사업에 이른다. 시민체육공원 516억, 신갈~수지간 도로 확포장 공사 386억원, 마성IC 접속도로 개설 332억원, 남이 중1-7호선(남사면) 311억원, 보정~구성역간 연결도로 개설공사 232억원, 상현~이현초교 간 도로개설 230억원 등의 사업은 기간이 연장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년까지 567억원의 채무를 모두 상환해 ‘채무 제로화’를 선언하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가용재원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신규 사업을 전혀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법인 지방소득세 도세 전환은
기업 유치에 찬물 끼얹는 격

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용인시로 세수인 법인 지방소득세도 600억원 이상 감소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자체의 선심성 복지 제공을 차단하고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하지만 기업유치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용인시로선 적지 않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법인지방소득세 공동세 전환으로 용인시가 추정하는 재정감소액만 678억원에 달한다. 용인시보다 기업체가 많은 수원과 화성시는 936억~1279억원에 달하는 수입이 감소하게 된다. 법인지방소득세의 도세 전환은 지방자치를 부정하고 중앙부처가 도를 통해 자치단체를 통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는 이유다. 지방재정의 자주재원을 확보해야 함에도 주요 세입원을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자부는 지난해 지방소득세의 독립세화를 추진하면서 지방정부가 지방세 세율결정권을 행사하는 재정자주권이 확보될 때 진정으로 재정책임성을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음에도 1년만에 이같은 입장을 뒤집었다.

무엇보다 법인소득세의 도세 전환은 기업유치 효과를 반감시켜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법인 지방소득세는 사업장의 건물 면적, 종업원 수를 기준으로 신고, 납부하는 세목이어서 각 지자체마다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정찬민 시장도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대기업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고, 최근에는 외자유치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법인 지방소득세 도세 전환은 기업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용인시, 도의원 간담회 갖고 공동 대응키로

지난달 29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재정제도 개편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반대 결의문을 발표한 용인시의회(의장 신현수)는 지난 11일 제20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지방재정제도 개편에 대한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건영 의원은 제안 설명에서 “정부가 발표한 지방재정제도 개편안은 지방자치제도의 근본인 지방재정의 자주재원 확보 노력을 무시하고, 시·군세인 법인 지방소득세의 도세 전환을 통해 중앙정부가 기초자치단체를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이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위협하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시·군 간 재정 형평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개편안은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안정성을 급격하게 훼손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시의회는 결의문에서 “정부는 지방자치의 본질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지방재정제도 개편을 즉각 중단하고, 당초 약속한 대로 지방소비세율, 지방교부세율 인상과 지방세 비과세·감면 축소 등 지방재정력 안정화 조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선 9일 시는 지역 도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각계각층과 협력해 공동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시는 이날 정부가 지방재정 개혁안을 추진하면 용인시는 2015년 기준 조정교부금이 1046억원이 줄고, 법인소득세가 678억원이 감소하는 등 총 1724억여원의 세입이 줄게<표 참조> 된다고 설명하고 “향후 이 규모의 세입재원이 지속적으로 줄게 되면 용인시는 막대한 재정적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도의원들은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안이 철회되지 않으면 향후 신규 사업은 물론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며 지역경제 침체에 대해 우려했다. 도의원들은 재정건전성을 높여나가는 중요한 시기에 지방재정 개편안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도록 각계각층이 연대하고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여론 들끊는 수원·성남 범시민대책위 구성

용인시와 시의회 등이 대응에 나선 가운데 수원, 성남 등 다른 시는 용인시보다 더욱 격앙돼 있다. 수원시민들은 다음 아고라를 통한 청원운동뿐 아니라 시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수원시민 세금지키기 비상대책추진협의회 명의로 ‘중앙정부 지방재정제도 개편 반대를 위한 수원시민 세금지키기’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협의회는 “1800억원의 세금 손실이 초래되면 수원시의 지방재정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자치단체 재정수요와 행정여건을 무시하는 획일적 개편으로 수원시민의 삶의 질을 낮추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정부의 지방재정제도 개편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며 “현 정부는 아직도 6,70년대의 군림에서 한 치의 변화도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지방재정의 불안정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성남시도 정부안 개편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와 관련해 열린 주민설명회엣허 정부가 성남시민의 세금을 뺏어가려고 한다고 성토했다.

성남시도 지난 12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성남시 재정파탄 저지를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고 정부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설명에 나선 이재명 성남시장은 “우리가 부자도시인가? 간신히 필수지출비용을 내고 근근히 버티는 정도임에도 정부는 성남시민의 세금을 뺏어가려 한다”고 성토했다. 이어 “성남시민 세금으로 다른 도시 살림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시장은 “당장 내년에 천억 원의 예산이 줄면 3대 복지, 교육지원, 노인일자리, 사회복지 종사자 지원, 보훈수당, 생활임금, 시민순찰대 등 모든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변한 뒤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정부는 없다. 합리적이고 정당한 주장을 해 정부 방침이 바뀌도록 시민 여러분들이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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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지자체와 협력 입법저지 등 저항운동 전개”
지방재정 개편안 반대 나선 정찬민 용인시장

“(개편안대로 시행되면)6개 시 중 우리가 제일 심각해진다. 그동안 벌려놓은 사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은 수밖에 없다.”

정찬민 시장

수원 성남 등 5개 시와 공동 대응하기로 한 정찬민 시장은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 추진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개편안대로 시행될 경우 신규 사업은 고사하고 삼가~대촌 간 국도대체 우회도로 개설공사나 신갈~수지간 도로 확장 공사 등 그동안 벌여놓은 대규모 사업을 연기하거나 축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오후 동백동주민들과 간담회를 마친 정 시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번 개편안으로 용인시가 받을 영향에 대해 정 시장은 “이번 제도가 개편되면 용인시는 연간 1724억원의 재정손실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법적·의무적 경비와 고정 경비만을 겨우 지급할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취임 이후 강하게 밀어붙인 채무 상환은 물론 도시기반시설 확충, 시민 불편사업 등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이 모두 중단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 시장은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 즉, 지방정부의 예산부족은 지방세 전환비율을 높여주지 않은 채 지방에 국가사무만 떠넘겨 지자체 재정의 부실화를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대다수 지방정부의 재정이 열악한 이유는 중앙 의존적 세입구조 때문인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세 대비 지방세 비중은 8대2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 뒤 “반면 중앙정부의 사회복지사업 확대 정책에 따른 대응 투자로 재정수요가 매년 증가한 탓에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계속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소비세 전환률과 지방교부세 법정률 인상 등으로 재정압박이 심각한 지자체 재정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 시장은 “정부의 개편안이 시행되면 용인 수원 등 4개 시는 미자립단체 신세로 전락하지 않겠지만 인건비 등 필수경비만 겨우 지출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다른 전국 모든 지자체는 필수경비마저 지출할 수 없는 단체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 시장은 다른 5개 시와 연대하며 정면으로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서명운동 등을 통해 시민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불교부 단체뿐 아니라 모든 지자체와 협력해 도·시의회, 국회를 통한 입법저지 등 강력한 저항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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