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황사,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라는 말들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들어보지 못한 말이다. 그나마 황사는 비교적 크기가 커서 코와 목이 대부분 걸러 주지만, 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의 1/7, 초미세먼지는 1/30 크기로 우리 호흡기에 걸리지 않고 허파와 허파꽈리(폐포)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으로 이뤄진 ‘1급 발암물질’이라고 발표했다. 미세먼지는 허파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혈관을 좁게 만들어 뇌졸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류에게는 심각한 환경재앙이다. 그래서 미세먼지를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부른다.

미세먼지는 왜,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흔히 황사는 중국 사막에서, 미세먼지는 중국 공장들에서 나온다며 중국을 ‘인류의 재앙’이라고까지 몰아 부친다. 모두 중국 탓이라는 것인데, 정말 그럴까?

2013년 국립환경과학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미세먼지의 60퍼센트와 경기도의 미세먼지 43퍼센트가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서 발생하고 있다. 다른 원인으로 공장과 발전소 등의 굴뚝 연기, 그리고 집에서 고기 구워먹을 때 나오는 연기 등이 있다.(집에서 나오는 연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10퍼센트나 된다.)

우리나라에는 53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 우리가 쓰는 전기의 약 40퍼센트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깨달은 선진국들은 그 수를 줄여나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금도 새로 짓고 있다.) 전기 사용이 늘어날수록 미세먼지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직접 미세먼지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중국 탓만 하고 있을 수 있을까? 실제로 2013년 정부 발표에 따르면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가 전체의 30~50퍼센트다. 달리 말하면 미세먼지의 50~70퍼센트는 우리가 직접 만들어 낸 것이다.

중국에서 만들어져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탓하면서 우리나라 차와 공장과 발전소에서 내뿜는 연기는 모른 척하고 있는 꼴이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우리 스스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야 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시민들이 문제인 것처럼 몰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동안 나온 제안들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차량 2부제다. 사실상 유일한 단기 정책이다.

많이 낯설지만 단기적인 효과는 가장 뛰어나다. 중국과 프랑스에서 차량 2부제를 실시했을 때 하루 만에 미세먼지 농도가 절반으로 떨어졌고, 부산 아시안게임 때도 차량 2부제를 실시해 15세 이하 천식 환자의 입원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보고가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차량 2부제에 동참할까? 여론 조사에 따르면 80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이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 2부제에 찬성했다. 의외의 결과에 놀랍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이미 심각성을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차량 2부제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특별한 때나 하는 일회성 행사일 뿐 환경 정책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자동차 산업이라는 커다란 자본 앞에서 환경 문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되지는 못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에 우리가 행동을 바꾼다면(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자전거나 대중교통으로 일터로 나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꼭 꼬집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가 5분 이상 공회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5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집회 시위 현장에 동원되는 경찰버스는 휘발유 차보다 33배나 더 많은 배기가스를 배출하면서도 누구의 제약도 받지 않고 마음껏 공회전을 하고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불법적인 사람들을 적발하고 단속하는 경찰 스스로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한 날, 우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전거 타고 다니며 바깥 공기 마시면 안 돼, 운전해서 다녀와~”, “바깥 공기가 해로우니까 창문 닫고 공기청정기 틀어~”, “전기가 부족하겠어. 발전소를 더 지어야겠다” 악순환이다.

더 많은 공기청정기와 더 많은 자동차 부품의 수입은 결국 중국공장 굴뚝에 더 많은 연기를 뿜어내도록 만들 것이다. 인류의 재앙이라 몰아 부친 그 중국의 공장을 돌리는 것은 결국 우리라는 것이다.

우리가 좇는 편리함과 안전함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이 실제로는 우리를 더 위험한 곳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을 위해, 그리고 모두를 위해 스스로 불편함을 자처하는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가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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