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에 꽃이 폈네요” “네?” “단풍나무가 꽃이 있어요?”

사람들과 이맘때 쯤 단풍나무 앞을 지나며 나누는 대화입니다. 식물이라면 당연히 씨앗을 퍼뜨리기 위한 생식기관이 있을 테고 그 대표적인 기관이 꽃입니다. 그런데 그 당연한 꽃이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는 대표적인 나무가 단풍나무입니다. 왜 그럴까요?

단풍나무는 평소엔 별로 눈에 띄지 않다가 가을에 너무나 유명한 대표나무가 됩니다. 가을이 돼 잎이 초록이 아닌 색으로 물드는 현상을 ‘단풍 든다’라고 하는데 오죽하면 나무 이름까지 단풍나무라 부르지 않습니까?

그렇게 유명세를 타는 나뭇잎 덕분에 당연히 피는 꽃은 무관심속에 피었다 져버리는 단풍나무를 보면 참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봄의 단풍나무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단풍나무는 가을에만 빨간 것이 아닙니다. 봄에도 빨갛습니다. 그러고 보니 단풍나무는 빨간색과 참 관련이 깊은 것 같습니다. 봄에 즐기는 단풍나무의 빨간색 세 가지를 알아보겠습니다.

▲ 단풍나무 싹

첫 번째, 단풍나무의 겨울눈. 단풍나무는 빨간 겨울눈으로 겨울을 나는데 봄이 되면 작은 겨울눈이 살짝 부풀어 오릅니다. 그런데 모양을 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자세히 보세요. 우리가 먹는 음식인 돼지족발을 닮았습니다. 빨간 가지 끝에 빨갛게 달린 족발 닮은 겨울눈을 찾아보세요.

두 번째, 봄에 돋아나는 새순과 새싹. 나뭇가지에 달린 빨간 겨울눈에서 돋아나는 새순도, 땅에서 돋아나는 새싹도 빨갛습니다.

단풍나무는 씨앗 발아율이 높은 편입니다. 큰 나무 아래를 살펴보면 귀여운 작은 새싹이 여럿 돋아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둥그런 떡잎도. 사이에서 돋아나는 본잎도 빨간색입니다. 왜 빨간색으로 돋아날까요?

바로 강한 봄 햇살 때문입니다. 옛 속담에 ‘봄 햇살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햇살엔 딸을 내보낸다’고 했지요? 그만큼 봄 햇살은 많은 생명들에게 유난히 따갑게 느껴집니다. 강한 햇살의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의 연한 새순을 보호하기 위해 빨간색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로 보호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빨간색으로 나오는 거지요. 봄이 좀 지나 햇살에 적응되면 안토시아닌은 안으로 숨고 초록색 엽록소를 드러내며 초록색 잎으로 변하게 됩니다.

▲ 단풍나무 새순

세 번째, 짧은 봄에 짧게 피었다 떨어지는 빨간 단풍나무 꽃입니다. 나무에게 있어 대부분 다른 나무들은 잎보다 꽃이 유명하지요. 잎을 봤을 땐 무슨 나무인지 잘 모르다가 꽃을 보고선 어떤 나무인지 이름을 맞출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단풍나무는 잎이 너무 유명하기에 꽃이 피는지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봄에 자세히 보세요. 이제 빨간 잎에서 초록으로 잎 색깔이 바뀌는 즈음 초록색 잎들 사이로 빨간 조그만 동그라미가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꽃입니다. 작고 앙증맞지만 꽃잎과 수술, 암술 다 갖춘 모습으로 피어납니다. 잊지 말고 꼭 찾아보세요. 단풍나무도 꽃이 핍니다.

너무나 유명한 잎 때문에 꽃이 안보이듯이 겉으로 드러나는 겉모습 때문에 숨겨진 진실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려한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숨겨진 진실을 잘 살피는 봄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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