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자생한의원 원장

▲ 김승환

최근에 젊은 남성이 이유 없이 요통이 심하고 허리를 펴기 힘들어서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척추 관절염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나이든 사람이 아니라 20~30대 젊은 사람이 허리나 엉치가 이유 없이 아프면 척추 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척추 관절염은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염증성 장질환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로 척추관절에 염증이 생겨 아프고, 병이 진행되면 척추가 굳어져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몇몇 연예인이 앓으면서 알려지게 된 강직성 척추염이 척추관절염의 한 종류이다.

중년 여성에서 주로 생기는 류마티스 관절염과 달리 이 병은 남성 환자가 여성의 4배나 되고 주로 20~30대에 생긴다. 환자 수가 3만6000명 가량으로 적어 잘 모르고 한창 혈기왕성할 때 증상이 시작되다 보니 병인지 모르고 지내다 관절이 굳은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 병의 초기 증상은 허리와 엉덩이 부위의 이유 없는 통증과 뻣뻣함이다.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증상이 심하고 낮에는 증상이 사라져 잠을 잘못 잤거나 무리한 운동 때문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다 방치하면 척추 전체가 굳어 목을 돌리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척추 외에 무릎, 손이나 발목 같은 관절에도 생길 수 있고 포도막염, 대동맥염, 염증성 장질환, 건선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척추관절염은 치료 시기를 놓쳐 관절에 변형이 생기기 시작하면 아무리 치료를 잘해도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힘들다. 예전에는 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를 주로 썼지만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가 통증을 줄이고 포도막염 같은 동반 증상을 완화시키며 척추변형을 막는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척추 관절염의 치료 목표는 당장의 통증을 없애는 것 뿐 아니라 척추가 굳는 것을 막아 운동장애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절과 근육의 힘과 유연성을 키우는 수영, 아쿠아로빅, 속보 같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척추관절염은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일상생활을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하지만 제대로 몰라 병을 키우다 허리가 굽은 상태로 병원을 찾는 젊은 환자를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젊은 남성이 이유 없이 통증이 있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뻣뻣하다면 절대로 대수롭게 여겨서는 안 된다. 젊다고 건강을 과신하지 말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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