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본다. 첫째, 나라는 못 살지만 사람들이 잘 사는 나라. 둘째, 나라는 잘 살지만 사람들이 못 사는 나라. 셋째, 나라도 잘 살고 사람들도 잘 사는 나라. 우리나라는 어디에 해당될까?

첫 번째에 해당하는 나라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태국과 같은 나라의 경제력은 낮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나라들이다. 두 번째에 해당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일본, 미국, 영국과 같은 신자유주의에 내몰려 빈부격차와 사회 불평등이 심한 나라들이다. 세 번째에 해당하는 나라는 독일, 스웨덴, 덴마크, 뉴질랜드와 같은 복지선진국가로 복지와 평등이 사회적 약속으로 기반을 다진 나라들이다.(HIP의 국가별 행복지수 참고)

두 번째와 세 번째에 해당하는 나라들은 모두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추고 있지만 경제적, 사회적 평등과 보편복지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좀 성급한 결론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 원인이 선거제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본다. 지난 번 쓴 ‘제비뽑기가 아닐 바엔 자신과 닮은 사람을 뽑자’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지금의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비뽑기가 아직은 먼 세상 이야기이기에 지금 우리의 선거제도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선거제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처음 선거제도를 만든 사람들은 영국의 소수 기득권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살기 어렵다며 기득권을 향해 아우성치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눈을 속일 방법으로 만든 것이 선거제도였다. 기득권은 선거에서 유리했고 이긴 사람은 모든 것을 가지고 진 사람은 모든 것을 잃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합리적인 듯 보이지만 당선자가 40%의 득표율로 당선됐다면 60%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무시되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제도다.

이런 선거제도로는 대다수 사회 약자들의 목소리는 묻히고 힘 있는 소수 기득권층이 계속해서 권력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유럽의 나라들이 도입한 것이 비례대표제이다. 사람들이 정당에 지지한 비율만큼 정당에 의석을 주는 방식이다. 1등을 찍지 않은 다수의 표가 사표가 돼 버려지지 않고 민심이 반영될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유럽의 나라들은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두 개의 큰 정당이 모든 정치권력을 휘두르는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뜻을 대표하는 정당들이 원내에 진입할 수 있었고 양당제가 아닌 다당제 구조를 낳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행정부와 입법부가 힘의 균형을 잃지 않고 서로를 견제하며 나름 공평한(?) 맑은 정치를 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도 2004년부터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무늬만 비례대표일 뿐 전체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전체 국회의원 300석 가운데 지역구가 250석, 비례대표가 50석 정도이다. 따라서 정당이 10%의 지지율을 얻는다면 전체 의석 300석의 10%인 30석을 얻어야 하지만 50석의 10%인 5석을 얻게 되는 것이다. 전체 국민의 10%가 지지했으나 25석은 잃어버리고 겨우 1.7%에 해당하는 다섯 명의 대표만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뉴질랜드는 1980년대 초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여 양극화가 심해지고 대다수 사람들의 삶이 힘들어졌다. 그 뒤 불공정한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기득권층의 방해에 부딪혔지만 꾸준한 노력 끝에 국민투표를 통해 선거제도의 개혁을 이뤄냈다. 그 결과 소수 기득권이 아닌 다수를 위한 정책을 실시하게 됐고 신자유주의의 폐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됐다.

선거제도의 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개표다. 투표한 만큼 시민들의 뜻이 결과로 반영돼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부정선거 논란이 꾸준히 있어 왔다. 부정선거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투표소에서 수개표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된다. 뉴질랜드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선거제도와 개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말들이 여러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으면 좋겠다. 선거제도를 바꾸는 일이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