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만 용인, 80만 시대에 대비한 미래 도시공간 방향은?

지난 200호 특집으로 마련했던 기획<인구 55만-용인진단>중, ‘80만 시대에 대비하는 도시공간, 어떻게 준비돼야 하는가’를 사정상, 이번 호에 싣습니다. 도시공학 전문가로서 널리 알려져 있고, 신행정수도 관련 자문에도 응하고 있는 조명래(단국대) 교수의 특별기고를 통해, 용인시의 지리적 특성과 현 도시공간의 문제점, 용인의 미래지향적 도시공간 배치 방향 등에 대한 제언을 들어봅니다. 시민들의 보다 넓은 시야 형성에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분산적 도시화의 빛과 그림자

용인은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 도시 중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한 도시에 속한다. 그것은 서울의 도시화가 집중적 단계에서 분산적 단계로 옮겨가면서 도시를 이탈하는 많은 인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위치에 용인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산적 도시화는 중심도시의 주거기능이 먼저 확산되고 이어 비주거기능(예, 고용, 생산활동)이 따라가는 것으로 전개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 주택문제의 높은 압력과 분산에 대한 적절한 조절장치의 부재로, 주거인구의 탈도시화는 아주 가팔랐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많은 후유증을 동반했다.

용인이 빠른 성장을 했지만 그와 함께 많은 문제를 낳아왔던 것은 바로 이러한 방식의 분산화와 무관하지 않다. 가령, 서울과 가까운 수지지역의 인구가 지난 10년간 무려 10배 성장했지만, 그곳이 난개발의 온상이 된 것은 통제되지 않은 분산적 도시화의 빛과 그림자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성장의 공간적 결과

주지하다시피, 용인의 급격한 성장은 서북부 지역의 과도한 개발과 그 밖의 지역의 과소개발이 공존하는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했다. 뿐만 아니라 서북부 지역이 단순한 주거기능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다른 지역과 유기적 연계를 결여하게 되고, 그 결과 지역 통합성의 결여가 용인의 도시공간이 가지는 또 다른 특징이 되고 있다.

지역적 통합성이 결여한 불균형적 발전은 서북부의 발전효과가 다른 지역으로 파급될 수 없거나 또한 다른 지역의 발전이 연계적으로 촉진될 수 없는 조건 때문이다. 전자의 측면, 즉 서북부의 발전 효과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없었던 것에는 ‘확산되기엔 아직 시기가 이른 점', ‘정주의식이 약한 인구들이 대거 몰려 온 점', ‘도시계획적 대응이 부적절했는 점'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편, 후자의 측면, 즉 동부지역의 저발전은 그곳이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고 경부축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저)발전의 요인들로 인해 용인시는 전체로 역내 통합성을 결여한 불균형 공간구조를 가지게 되었고, 동시에 지역 내부로는, 성장지역의 ‘난(亂)개발', 저성장 지역의 ‘무(無)개발', 중간지역의 (지역 중심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탈(脫)개발'의 문제를 각각 가지고 있다.

80만 시대, 용인 도시발전의 조건

용인의 인구는 현재 55만 명이지만 2006년에는 80만대에 접어들 것으로 재정비계획에서 예측되고 있다. 예측이 맞다면 3년 이내에 25만 명이 더 증가하는 셈이니 용인시는 그간도 정신없이 성장했지만 앞으로도 당분간 그 성장세를 유지할 것 같다.

문제는 그간의 급격한 성장이 남긴 그림자가 여전히 깊게 드리워져 있는 상태에서 계속 몸을 불려가는 도시성장은 용인의 장기적 발전에 더 많은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를 어떻게 대처해 가느냐가 현재 용인시가 풀어야 할 핵심과제다.

즉, 인구 80만 시대를 대비한 용인도시의 발전전략은 급격한 도시화가 가져온 문제들을 해결해가면서 광역급 도시로서의 역량을 구비해 가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성장의 후유증, 즉 서북부의 과밀 난개발, 동부의 저발전, 중부의 구심력 부재를 해결하면서 지역 통합성을 실현하는 방안을 우선 강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80만의 인구가 정주(定住)적 삶을 살 수 있는 자충적 여건을 갖추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용인의 도시발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upgrade)시키는 데 도시관리의 역점이 두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80만 도시를 위한 공간구조

용인이 앞으로 계속 성장한다면, 그 힘은 당분간 지속될 서울의 분산적 도시화와 이를 담아낼 수 있는 서북부의 개발여력이다. 도시화의 추세로 봐, 지금까지 주거인구의 탈도시화는 계속 되겠지만 그 추세는 다소 완화되리라 본다. 그것은 지속적인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서울의 주택 재고가 늘고 서울의 서북부 지역에 신도시들이 건설됨으로써 탈도시 인구의 수가 줄고 아울러 그 흡인지역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용인시로 하여금 두 가지 기회를 준다. 역외 인구의 지속적인 이입은 서북부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성장자원을 주지만, 선별적이고 약화된 이입은 용인시로 하여금 도시성장을 좀더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해준다.

따라서 80만을 겨냥하는 용인시의 도시발전은 서북부의 성장관리를 중요 내용으로 하되, 앞으로는 성장 효과가 지역내부로 파급되어 안정화되도록 하는 데 최대의 역점을 두도록 해야 한다. 이 경우, 관건은 서북부의 성장을 중부의 도심부와 어떻게 연계하느냐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발상이 깔려 있다. 하나는 서북부의 성장을 지역 내부 성장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점(성장의 東進)이고, 또 다른 하나는 중부의 도심부가 서부의 성장을 흡인해(성장의 西進) 중심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서 향후 용인 도시발전의 공간 축은 서북부와 중부지역이 통합하는 강력한, 즉 내부적으로 응집력이 있는 성장 권역을 형성하는 데 두어야 한다.

그 밖의 지역, 가령 동남부는 환경이 양호하고 또한 개발억제의 기조가 계속 될 것으로 봐 과도한 개발에 대한 기대를 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동부와 서부의 불균형을 인위적으로 해결하려는 발상도 버리고 지역의 개성과 특성을 살리는 차별화를 지역개발의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이럴 경우 자연환경이 양호한 동부지역은 보전지역으로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용인시의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 수도권 주민들의 소득이 올라가면서 쾌적성이 중요한 입지요인이 될 때 보전이 잘 된 동부지역은 이를 선호하는 활동을 흡인해낼 수 있는 미래의 개발지가 될 수 있다. 특히 이곳은 농업활동이 여전히 우월하기 때문에 대도시 근교의 농촌지역으로의 특성을 유지하는 게 이 지역 환경에 걸맞은 생산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되면, 용인시의 공간구조는 현재의 4개 권역으로 나누는 대신, 서북부의 성장지역과 중부의 도시중심부를 하나로 묶어 발전시키는 성장권역과 그 밖의 지역을 묶어 보전지역(혹은 성장지역의 배후지역)으로 나누는 것이 된다. 중서부지역은 당대의 개발용도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용인발전의 창구로 삼는 반면, 동부지역은 국민의식과 제도가 바뀌고, 특히 친환경적 개발방식이 보편화될 때에 적당히 개발하는 미래의 개발유보지로 남겨두자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개발방식은 지금의 성장이 미래까지 이어지면서 또한 성장과 보전을 조화하는 이른바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된다.

정주도시로서의 관리: 안정, 통합, 보전

향후 용인의 도시관리는 성장권역과 보전권역으로 나누어 접근하되, 그 목표는 무엇보다 80만의 사람들이 이젠 터를 잡고 사는 도시, 즉 ‘정주도시(定住都市)'를 지향하는 데로 설정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뜨내기 도시'로는 더 이상 발전을 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까지의 도시관리가 성장일변도였다면, 이젠 삶이 ‘안정'화되고 ‘통합'되며 또한 지역의 환경과 정체성이 ‘보전'되는 도시를 만들어내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안정, 통합, 보전이 곧 80만 시대를 맞이할 용인 도시관리의 3가지 화두가 되어야 한다.

첫째, ‘안정'은 서북부 도시관리에 적용되는 화두이다. 서북부 일대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적인 개발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즉,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역외인구가 지속적으로 이입하겠지만, 지역의 공공인프라 공급역량이나 환경용량은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난개발' 현상이 일정기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80만 도시를 맞기 위한 도시관리의 최우선 과제는 서북부의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개발에 대한 계획적 통제를 용인시가 분명히 해야 한다. 최근 동백지구 개발과 관련해 용인시가 취한 입장은 좋은 선례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기 개발지를 정비하는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일전에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재정비계획을 심의하면서 기개발지역 하나 하나 검토해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했다. 용인시는 앞으로 이를 도시관리의 내용으로 충실히 옮겨내도록 해야 한다. 물론 시급한 현안문제, 특히 교통문제나 공공시설의 부족 문제는 최우선 단기과제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둘째, ‘통합'은 서북부와 중부지역의 관리를 위한 화두이다. 서북부 성장의 안정화 전략은 서북지역의 개발효과를 지역으로 내화(內化)하는 것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이에는 두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서북부의 성장이 그간 주거인구의 흡입을 중심으로 했지만, 이젠 이들의 고용활동을 흡인해내는 것과 결부되어야 한다. 이는 자족기능의 확충을 의미한다.

용인지역에 차별적으로 입지할 수 있는 생산 및 고용 활동으로는 연구개발기능, 첨단부품생산업, 벤처산업, 레저, 대형유통 등과 같이 대체로 고급의 기능들로서, 이를 계획적으로 입지시키는 것이 곧 이를 위한 전략이다. 동백지구를 포함한 신개발지는 지금까지 주거지 중심의 개발 컨셉(concept)을 앞으로는 주거-생산(고용)이 혼합을 이루는 신산업지구(new industrial districts) 모델로 개발해야 한다.

둘째, 서북부의 성장을 주거중심에서 고용 및 생산중심으로의 전환은 중부지역의 도시기능강화와 연동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서북부 성장의 안정화를 지역내부로 옮기는 것이면서, 동시에 중심부의 기능강화를 돕는 것을 전제한다. 서북부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고용, 교육, 문화, 행정의 수요를 중부지역과의 통합 권역을 만들어 충족시키는 것이 구체적인 전략이 된다. 다시 말해 서북부와 중부지역을 하나의 통합 권역으로 두고 그 내에서 정주생활에 필요한 각종 공공서비스와 고용활동을 입체적으로 배치시키고 개발하는 것이 곧 통합화의 내용이 된다. 이를 위한 핵심전략 과제는 양 지역을 일상생활권역으로 묶는 도로교통 체계(예, 순환경전철, 전용고속화도로)의 구축과 구도심권(중부지역)의 재정비를 통해 다양한 고차(高次) 도시시설을 배치시키는 것이다.

참여도시가 되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 ‘보전'은 동부지역의 관리를 위한 화두이다. 서울의 급격한 분산적 도시화가 접근이 양호한 서북부의 발전을 가져왔던 계기가 되었듯이, 앞으로 20여 년 이내 ‘환경적 도시화(environmental urbanization)'가 보편화되면 교통과 환경여건이 좋은 곳이 이동성이 높은 수도권 주민들의 주요한 주거지가 될 것으로 예견된다. 용인의 동부는 이러한 조건이 양호하다. 미래적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적극적인 보전관리가 따라가야 한다. 적극적 보전관리란 개발이 허용되는 곳과 보전이 되어야 할 곳을 처음부터 엄밀히 구분하고, 개발가능한 곳은 개발을 허용하되 지역환경용량을 걸맞은 개발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친화적인 레저산업, 환경공생 주거시설, 도시근교농업, 지역전통산업(농업포함) 등을 적정활동으로 선정하고, 이들이 입지하는 지역에 대한 접근성을 높히기 위해서는 환경친화적 교통시설이 공급되어야 한다. 이외의 환경성 등급이 높은 녹지대는 확고하게 보전하도록 하면서 다른 녹지대와 네트웍화해 축의 개념으로 관리해야 한다.

용인시는 대표적인 난개발 지역으로 인식돼 왔다. 이는 향후 용인시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바, 이러한 이미지의 극복이 도시관리의 중요한 방향이 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관리방식의 전환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주의 행정을 주민참여에 의해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도시계획의 집행 전반을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것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그 과정 전반에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명래(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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