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새로운내과 원장

 

이동훈

최근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견되면서 국민들의 경각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카 바이러스의 증상이야 가벼운 몸살 정도여서 임상적으로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태아에는 큰 영향을 줘 소뇌증 출산율이 올라가니 임산부들로서는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카 바이러스처럼 모기로 전파되는 열대성 발열 질환은 뎅기열과 치쿤구니야 등이 있습니다. 참 생소하고 의사들도 낯선 질병들입니다. 교과서에는 흔히 나오지만 실제 환자를 경험해본 의사는 손에 꼽을 정도일 겁니다.

그 이유는 질병의 전파 지역이 한국이 아니라 열대성 지역 즉 동남아시아, 인도, 중앙아프리카, 브라질 등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한국의 경우 뎅기열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드뭅니다.

뎅기열은 통증이 심해 뼈가 부서지는 것 같다는 표현을 쓸 정도입니다. 고대 기록으로는 동진 시대 한의학 서적에 ‘수독증’이라는 질병명이 뎅기열과 유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중국 남부 곤충이 많이 있는 습지 근처 주민들이 열과 근육통이 발생하면서 출혈성 질병이 발생했는데, 모기로 병이 전파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질병명을 수독증으로 붙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삼국시대 이후 중국을 통일했던 진왕조가 북방의 이민족에게 붕괴된 이후 양자강 이남 동진 정권은 중국 남부지역과 베트남 북부지역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이 지역은 기온이 높고 습한 곳으로 곤충을 매개로 한 전염성 질환이 고대부터 있었던 곳입니다.

이들 질병에 대한 경험이 동진시대 의서에 기록된 것으로 보이며 모두 뎅기열은 아닐 가능성도 있고 유사한 다른 질환도 섞여 있으리라 추정됩니다.

서양에서는 이집트 나일강 유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슬람 전선에 알라신이 죄 지은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 죄인 뇌 속에 모기를 집어넣어 괴롭히고 결국 두개골을 깨뜨리고 날아간다는 전설이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통증이 심하다는 뜻인데, 뼈를 부수는 병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구인들의 열대지역 진출이 시작되는 17, 18세기 뎅기열에 마주치게 되면서 산발적인 유행이 발생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발열 이후 근육통과 발진이 발생하다가 출혈로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필리핀 출혈열, 싱가포르 출혈열 혹은 발열성 질환 등으로 불리다가 1828년 뎅기열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돼 불리게 됐습니다. 뎅기열을 앓고 있는 서인도제도 노예들의 걸음걸이를 보고 붙인 명칭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1906년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으로 확인됐고, 1943년 일본의 기무라가 나가사키에 유행한 뎅기열 환자의 혈액으로부터 뎅기 바이러스 항체를 확인했습니다. 이후 2차 세계대전 이후 마닐라 등에서 뎅기열 환자가 발견되면서 서로 다른 4종류의 뎅기 바이러스가 존재함을 알게 됐습니다.

 한번 뎅기열에 감염돼 면역력을 획득해도 서로 다른 종류의 뎅기 바이러스에 노출될 경우 다시 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경우 최근 동남아시아 등 지역을 여행한 뒤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가 매년 200건씩 보고되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휴양 리조트 등에서는 모기 방역을 충분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이 낮습니다.

하지만 봉사 등으로 동남아시아나 열대 지역을 방문할 경우 모기 기피제 등을 충분하게 구비해 감염 위험성으로부터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해당 지역을 방문하고 난 뒤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기관 방문시 여행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