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밥상 동백에서 맛있는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곽선진(맨 왼쪽) 용인마을협동조합 이사장과 조합원 식구들.
아침저녁으로 우리 밥상에 올라온 식품의 이동 거리는 얼마나 될까? 중국산 양파, 당근, 마늘, 숙주나물, 생강은 910km, 필리핀 파인애플은 2610km…. 우리는 매일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 모르는 식품으로 한 끼를 해결하고 지구 한 바퀴 거리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식품의 이동거리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를 살릴 수 있다면? 당장 우리 자식들의 세대가 보다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세계협동조합연맹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구성원들에 의해서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서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염원을 충족하고자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의 자율적인 결사체’이다.

참여자(조합원)들의 경제적 이해를 보장하려는 경제적 목표, 개별화된 개인주의를 극복하는 공동체 의식의 가치적 목표를 지향하는 사회적 경제운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협동조합이 경제적 이해를 보장하려는 경제조직이긴 하지만 용인에 협동의 가치 즉, 공동체를 중심을 두고 있는 조직이 있다. 2013년 9월 소비자 40여명과 생산자 20여명 등 60여명의 조합원이 출자해 창립한 ‘용인마을협동조합’이다.
 
용인마을협동조합은 창립 이후 로컬푸드 물품을 공동으로 구매하는 공급사업, 로컬푸드를 공급하는 생산지 견학, 조합원에 대한 교육과 정보 제공, 지역의 고민을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기 위한 지역단체들과 적극적인 연대활동을 해 왔다. 사업에서 알 수 있듯이 조합사업의 중심은 로컬푸드 운동과 협동을 통한 지역순환경제활동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산지견학은 농산물의 가치를 인정하는 소비자와 얼굴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는 생산자간 신뢰를 쌓는 시간이다. 도시 소비조합원들은 집에서 받는 먹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재배되는지 있는 그대로의 농업현장을 찾아 농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수확 체험도 해 본다.

“우리 조합에 물품을 공급하는 농사현장은 현재 용인지역 소농들의 민낯 그대로에요. 체험농장처럼 가공되지 않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농민들의 수고, 농산물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곽선진 용인마을협동조합 이사장은 소농이 살아야 우리 농업이 산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용인마을협동조합의 새로운 실험

용인마을협동조합이 해마다 진행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업이 있다. 청소년농부학교다. 올해로 3년차를 맞는다. 초기에는 부모들의 손에 이끌려 중도에 포기하는 청소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좋아서(부모도 자녀도 좋아 한단다) 참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게 양춘모 이사의 설명. 신청 접수 2~3일이면 모두 마감된단다.
 
청소년농부학교가 지향하는 것은 대략 두세 가지로 요약된다. 잘 놀기와 더불어 사는 삶, 그리고 나눔. “아이들이 놀 줄 모르더라는 데서 출발했어요. 농사는 농부 혼자 짓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바람 물 햇빛 미생물 등과 더불어 짓는 게 농사라는 것을.”

물론 농사를 짓는 데 끝나지 않는다.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팔아 이웃과 나눈다. 무엇보다 싫어하던(먹지 않던) 식재료를 맛보고 새로운 입맛의 변화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용인마을협동조합의 주요 사업이랄 수 있는 로컬푸드 공동구매사업은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소통의 창구다. 밥집 준비와 운영으로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농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중요 사업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는 농산물 공동구매는 조합의 상징과 같은 것이어서 현재 아홉색깔농부협동조합과 협동화사업을 통해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고 있다.

용인마을협동조합은 일상적인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난해 6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로컬푸드를 이용한 마을밥집이다. 마을밥집은 농민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소비자에게 안전한 식품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로컬푸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거창하지만 일반 농산물의 유기농 전환, 소득 증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으로 연결된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커뮤니티공간에 대한 필요성과 영리사업을 통한 공동체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로컬푸드 생산자와 도시 소비조합원이 만나는 조합원 만남의 날 행사
9개월째 접어든 ‘마을밥상 동백’은 마을 커뮤니티 공간을 겸한 로컬푸드 식당이다. 용인에서 생산되는 제철 식재료로 정성껏 밥상을 차려낸다. 이 식당의 주인은 어느 한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조합원이다. 140여명의 용인시민과 아이쿱용인생협, 해바라기의료생협을 비롯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생협과 협동조합이다.

“우리 용인에도 이런 밥집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시민들이 먼저 돈을 모았고 이런 취지에 동감하는 지역 단체들이 출자를 했어요.” 몇 만원부터 몇 백만원까지 각자 형편에 맞게 출자한 돈으로 운영비를 마련하고, 식재료를 조달해 줄 농가를 섭외해 두 달여라는 준비기간을 거쳐 문을 연 곳이 ‘마을밥상 동백’이다.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면 기쁨이 된다는 나눔과 협동의 정신이 없었다면 ‘마을밥상 동백’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곽 이사장은 밝혔다. 하지만 식당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탓에 적지 않은 손실을 봤다. 마을기업으로 등록하면서 고용 창출에 신경 쓴 탓도 컸지만 경험부족이 손실의 주요 요인이었다.


▲ 용인마을협동조합은 강좌 등 조합원과 주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을밥상 동백은 커뮤니티 공간이다

하지만 동시에 소중한 경험과 자신감을 얻었다. 식당 일도 익숙해졌다. 고정 고객도 제법 늘었다. 이같은 추세에 대해 곽 이사장은 “마을밥상이 단순히 상업시설 이상의 가치, 협동과 공동체, 로컬푸드에 대해 인정해 주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더욱 긍정적인 것은 ‘마을밥상 동백’이 생기면서 조합원 가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밥집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밥상에 대한 걱정으로, 그 걱정이 조합원 참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용인마을협동조합이 ‘마을밥상 동백’을 통해 이루려는 목표는 무엇일까? 로컬푸드 1번지로 불리는 전북 완주 모델이다.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처럼 마을 속에 착한 소비와 생산이 직접 만나는 슈퍼마켓이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가치’에 대한 동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 어려운 여정이 되겠지만 “생산자가 직접 가격을 결정하고 소비자는 언제든지 가까이에서 로컬푸드나 믿을만한 가공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을 만들고자 하고 용인마을협동조합 사람들은 그것을 꿈꾼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서다.

‘마을밥상 동백’은 마을주민 누구나 그 주인이 될 수 있고, 주인이 되지 않아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장소이기도 하다. 상업공간의 한계가 있지만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용인마을협동조합은 이 공간에서 공동육아, 대안학교, 마을 작은도서관, 생활협동조합 등의 또 다른 공동체가 만들어지길 꿈꾼다. 그런 공동체들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 사는 마을을 함께 만드는 힘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흔히 협동조합은 지역에서 풀뿌리민주주의를 성장시키는 산실과 같다고 한다. 경제적 이해를 가진 시민들이 대안경제를 찾아 공동출자, 공동운영하는 경험은 용인이라는 지역사회에서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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