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의회 의원

 

윤원균

난 6남매 중 장남이다. 우리 집안에서는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지만 난 늘 스스로 가장이라는 생각을 갖고 산다.

어릴 적 어머니는 이른 새벽 호미를 들고 논밭으로 나가 하루 종일 더운 여름 뙤약볕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일하시고, 아버지는 밭에서 수확한 채소들을 경운기에 싣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밤낮 가리지 않고 시장에 팔러 다니셨다.

어렵게 돈벌어 6남매를 공부시키고 출가시키자마자 2000년 4월 1일 저녁 7시에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그 후 16년째 언어장애가 있어 의사표현도 제대로 못하시고 오른쪽 상·하반신이 마비돼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는 부친을 보면 지금도 한쪽 가슴이 물밀 듯 저려오며 눈물이 핑 돈다.

아버지께서 쓰러지고 병원생활하시는 1년 여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낮에는 어머니와 아내가, 밤에는 남동생이 교대로 간병을 했다. 아버지께서 병원생활을 접고 집으로 돌아오신 후에는 13년째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국 수많은 명의를 찾아다니며 아버지 병간호에 힘썼다. 그 덕분인지 아버지의 반쪽은 아직 불편하지만 혼자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하고 계신다.

아버지 치료를 위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말에 직장 동료들은 모두 날 이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아내와도 큰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를 향한 자식 된 마음으로써 오로지 아버지의 병을 고쳐야 한다는 일념은 아무도 꺾지 못했다.

지금 아버지는 기초의원으로 선출된 내 명함을 당신의 지갑 속에 꼭꼭 숨겼다가 병원 재활치료 선생님에게 슬며시 꺼내며 “내 아들이야”하고 자랑하셨다는 후문을 듣고 “제발 그러지 마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명함이나 한 장 더 줘봐”하시며 미소를 지으신다.

요즘 부모와 자식 간 문제가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연이어 줄줄이 터지는 아동 학대부터 치매 부모님을 학대하는 자식들 뉴스까지. 제대로 된 부모마음, 자식마음을 갖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평소에 노인복지와 효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지난해 열린 제200회 제1차 정례회에서 「용인시 노인학대 예방 및 보호에 관한 조례안」과 「용인시 홀로 사는 노인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용인시 노인학대 예방 및 보호에 관한 조례안」은 핵가족화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노인에 대한 가혹행위와 유기 또는 방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노인 학대 예방과 보호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 모든 노인의 인권을 적극 보호하고, 건강하고 편안한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했다.

이것으로 용인시노인학대예방위원회 설치·운영규정과 노인 학대 예방과 보호를 위해 관련 기관 또는 시설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또한 노인 홀로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거나 사망 후 방치돼 며칠 후에 발견되는 등 노인들의 사회적 소외가 문제화되는 현실에서 노인의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기준을 정하고자 「용인시 홀로 사는 노인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안」을 제정했다.

이 조례안에 따라 시장은 매년 홀로 사는 노인이나 고독사 위험자의 고독사 예방을 위한 추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고독사 위험자에게 심리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심리상담과 심리치료를 지원할 수 있다.
진정한 부모마음, 자식마음은 과연 무엇일까? 이 해답을 고민하다 하근찬의 ‘수난이대’를 떠올렸다.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와 다리 하나를 잃은 아들, 대를 이어 당하는 수난 앞에 이들 부자는 분노하고 절망한다. 하지만 서로 협력해 그 불행을 극복하고 함께 살아가리라는 강한 의지를 되찾는다.

팔이 없는 아버지가 소변 볼 때, 아들은 아버지가 산 고등어자반을 받아들고, 아버지는 한쪽 다리가 없는 아들을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너간다.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고 힘이 돼 각박한 현실을 헤쳐나가는 것, 이것이 진정한 부모마음 자식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추후에도 고령화 사회에 부응하는 다양한 노인복지 정책이 펼쳐질 수 있도록 의정활동에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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