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갈등의 문제는 좀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개발을 쟁점으로 한 토착민과 유입주민간 대립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잠재돼 있던 그 갈등의 불씨가 이번 76회 시의회 임시회에서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둘러싸고 개발 완화 찬반논란의 전면전으로 표면화됐다. 21명 시의원 가운데 개발완화 찬성 지지가 절대적이다. 개발규제에 목소리가 큰 수지지역에서는 의원 6명이 3대 3으로 패가 갈렸다. 개발 완화 반대에 손을 든 의원은 모두 이른바 ‘유입주민’출신으로 아직까지 토착민 우세인 시의회 내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나 이번 조례 개정과 관련,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주목을 받았다. 동과 서, 토착민과 유입주민간의 거리감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이해의 폭을 넓혀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각각 찬·반에 표를 던진 동·서 양 지역의 의원을 만나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각종 규제 풀어야 동부 발전”

찬성=이상철 의원(백암면)

용인 동부지역은 수 십년간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된 상태다. 시에서는 서부권 난개발로 급한 불 끄기에 바쁘고 순하게 살아온 동부지역 주민들은 목소리 한 번 높이지 못하고 있다. 서북부지역처럼 주민들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어주기를 바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부득이 녹지와 임야를 보존해야만 한다면 농업지원을 통한 관광농원 조성 등 농업보존대책을 세워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지역간 균형 발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동서간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농업진흥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개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서부에서는 녹지가 줄어든다고 우려하고 있으나 실제 아무런 소득 보장도 없는 자연경관을 도시사람들의 눈요기 거리로만 제공해야 하는 우리 심정도 이해를 해줘야 한다.

면 소재지 한가운데 있는 땅조차 도시계획내 생산녹지로 묶여 농사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 현 실정이다. 농지법의 처벌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그런 규제 속에서 서부에서 실패한 개발의 대가를 동부지역에 대한 규제로 돌리는 것은 잘못됐다.

용인 전체를 놓고 보면 개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수지가 난개발인 것은 인정하지만 수지 일부를 제외한 용인 전지역에 아직까지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이 훨씬 더 많다.

농촌은 이미 오래 전에 노령화사회를 맞았다. 60대 미만 세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젊은이들이 떠나간 농촌, 노인들이 힘에 부쳐 농사일을 포기한 탓에 휴경지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 땅은 개발규제로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황무지가 되고 있다. 아울러 현재 3000㎡ 이상 토지에 대해 도시계획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 규제도 1만㎡로 완화해야 한다.

“산을 깎는 개발 완화는 안돼”

반대=박헌수 의원(상현동)

이제껏 시에서 올린 안건의 대부분을 원안대로 받던 시의회가 유독 이번 도시계획조례 개정에 대해서만은 이중규제를 둬 개발기준을 강화한 원안을 뒤엎고 오히려 완화 조치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의회에서 개발 완화에 반대한 의원은 소수이지만 의원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우리 수지지역 주민들을 보아야 할 것이다.

토착민들이 유입주민들과는 달리 여러 이해관계에 얽힐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렇기 때문에 시의회가 더 공정해야 한다. 이번 개발 대폭 완화가 엄청난 민원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건축허가 경사도를 15。에서 17.5。로 올리고 지반고의 기준을 아예 삭제한 것은 집 한 채를 짓기 위해 산중턱을 헐어 내고 그렇지 않아도 유흥지로 전락한 고기리 골짜기를 음식점들이 난립하도록 만드는 꼴이 된다.

개발이란 대전제에는 찬성한다. 동부지역도 당연히 개발돼야 한다. 그러나 동부지역의 평지를 택지로 전환하는 것이야 얼마든지 찬성하지만 이번 조례개정은 그 평지는 놔두고 산을 깎아내자는 것이기에 반대하는 것이다. 개발완화와 관련된 도시계획법을 동부에 우선 적용해 각종 사업유치 등으로 우선 개발하고 서부는 난개발의 회오리가 가라앉을 때까지 최소 3년간 유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동서 화합은 양 지역간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도시에서만 살다온 주민들과 농촌지역 주민들이 문화충돌과 갈등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이 과도기를 지나면 용인시는 자연스럽게 안정될 것이다. 서부 사람들을 아파트 값이 오르면 떠날 사람들이라며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때 모욕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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