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민-유입주민, 괴리감 커지고 개발 논리 상반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동부지역과 도시로 탈바꿈하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서북부지역. 동·서간의 격차는 농촌과 도시라는 문화적 괴리감을 만들어 냈고 이와 함께 이른바 ‘토착민’과 ‘유입주민’이란 이름으로 두 집단 간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본토박이의 기득권을 강조하고 있는 동부권 주민들과 53만명 용인시 인구 가운데 65%를 점유, 신도시 시민으로서 도시행정에 적극적으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수지·구성·기흥지역의 서북부권 주민들. 도·농 복합시로 양측의 조화를 아우르는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인구 100만 명 시대를 내다보며 동서화합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우리 지역사회의 현실을 진단해본다. <편집자>

공동 관심사 찾기 어려워

서울에서 활동하다 용인지역으로 옮겨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난처하게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동·서별로 주민의 관심사와 현안이 상반돼 시민운동에 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

“한쪽에서는 더 이상의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개발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어 공감대를 끌어내기가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호소다.

무분별한 개발에 시달리고 있는 서부사람들의 불만은 교통문제와 환경문제 해결 촉구로 불거져 나오고 있다. 택지개발만 해놓았지 녹지 한 곳 없는 베드타운, 하루종일 정체되는 차량들, 곳곳에 파헤쳐진 공사장으로 불편하고 불안정하기 그지없는 주거환경에 놓인 서북부 주민들. 이들은 마침내 전국적인 사례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민원해결을 위한 주민연대기구를 곳곳에서 결성, 개발반대 투쟁과 주거환경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적극적인 집단행동의 표출이 동부권 주민들에게는 곱게 비쳐지지만은 않고 있다.

남사면 주민 이모씨(47)는 “용인시 예산 중 막대한 액수가 서부지역에 투입되고 있는 반면 농촌지역 발전은 외면하다시피 하고 있는 실정에서 시위를 해야 할 사람들은 오히려 우리 농촌 주민들”이라며 “길이 막히는 사정이야 이해가 가지만 대중교통 이용은 솔직히 농촌만큼 불편하겠느냐”고 말했다.

동부지역 주민들은 오히려 농촌사정에 무심한 서부지역 사람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추곡수매가 하락과 농산물 가격 폭락, 구제역 등 농촌지역이 거듭 위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소비지인 서부지역에서는 이를 마치 먼 나라 이야기로 구경만 하고 있다는 것. 지역 농산물 이용에 관심을 갖기는커녕 직거래에 나선 동부지역 주민들에게 가격을 시비 삼아 그렇지 않아도 폭락한 가격을 더 끌어내리다 대형할인매장으로 걸음을 돌리는 ‘몰인정’에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이같은 동·서 주민간의 괴리감은 지난해 용인시가 추진한 특목고 건립에서도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용인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 한국외국어대와 합작으로 모현면에 특목고를 건립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곧바로 시청 홈페이지에는 이를 비난하는 서북부지역 주민들의 글이 쇄도했다. “그럴 돈이 있으면 교통문제 해결에 쏟아야지 시골동네에 특목고를 만들면 누가 가겠느냐”는 요지의 글이 대부분이었다.

동·서 모두 “내가 피해자”

동·서간 상반된 인식의 차이는 서로 다른 피해의식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개발 편중으로 인한 피해의식은 동부지역 주민들에게 개발에서 소외됨으로 인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갖게 한 반면 서부지역 유입주민들에게는 삶의 질이 높아지리라 꿈꿔오던 신도시생활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난개발의 피해자가 됐다는 낙오의식을 만들어주었다.

동부지역 한 주민은“예전에는 용인 중에서도 오지였던 수지가 지금은 금싸라기 땅으로 변해 같이 농사짓던 사람들이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데 우리네는 아직까지 이런 저런 규제에 묶여 내 땅에 재산권 한 번 행사해 보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수입개방에 농사짓기 어려운 세상이 왔는데, 열심히 일해서 한 가마라도 소출을 더 내보겠다는 생각은 사라진지 오래다”고 털어놓았다.

서부지역에 비해 점차 소득과 문화수준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동부지역 사람들에게는 피부로 다가오고 있다. 개발을 원하고 있지만 난개발에 시달려온 시가 선뜻 동부권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지 않는 것이 결국 이들을 서부지역을 상대로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만든 원인이 됐다는 것. 반면 타지자체에 비해 유난히 비싼 재산세를 내고 입주한 서북부지역 주민들은 행정당국인 시로부터 푸대접을 받고 있다며 분당 또는 수원 편입 등을 들고 나오고 있다.

특히 시 관계자들조차 “당신들은 아파트 값이 오르면 언제라도 팔고 이사갈 유동인구”라는 말이 서슴없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 주민들은 “그와 같은 발상에서 무책임한 행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6일 시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수지의 한 네티즌은 “용인시에 분양받은 아파트로 인해 상대적 빈곤층으로 추락한 사람”이라며 자신을 소개하고 “예전에 서울 32평 값으로 용인 아파트 분양 받아 이제 다시 서울로 이사가려면 전세로 가야하는 현실이 됐다”고 한탄했다.

서로 찬밥신세라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동과 서, 이를 풀어갈 열쇠는 오직 자치단체인 용인시의 행정능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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