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통소 소장

유니버셜 웨이트 타로카드 0번 'THE FOOL'
''타로 카드 78장은 모두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각자 개성적인 의미로 차 있다. 그중에서 이번 호는 ‘THE FOOL’이라고 쓰여 있는 메이저 0번, 바보 카드 이야기다. 떨어지면 죽을 것 같은 가파른 절벽 위에서 왜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 체 잘 차려진 옷을 입고 서있는 광대 모습이 언뜻 보면 이해가 잘 안 되는 카드다.

타로 카드를 조금 배우다 보면, 바보가 참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런 구속도 없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물론 그것이 위기 상황이었는지 조차 바보는 알지 못한다. 완전한 신의 보호 속에 있는 어린아이 같이 그만의 순수함으로 산다.

“바보가 나왔네요.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어요.” 봇짐 하나 달랑 들고 있는 바보는 돈이 필요 없다. ‘0’이란 숫자처럼 정말 아무런 소유가 없다. 그저 건강한 자유와 매력만 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보의 자유를 꿈꾼다. 하지만 결코 그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아야 바보가 되는데, 그것이 싫은 것이다. 매번 꿈에 대해 질문하면, 바보 카드가 나오는 수강생이 있다. 그녀의 꿈은 자유다.

그 어느 곳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간절히 원하지만, 그래서 지금은 열심히 일을 하며 돈을 모으지만, 그것은 먼 꿈으로만 남을 것처럼 보인다. 돈 많은 부자는 바보가 될 수 없기에 그렇다.

사업을 물어봤을 때 바보 카드가 나오면, 망하는 거다. 어떤 관계에 대해 물어도 바보 카드가 나오면 관계가 없는 것이 된다. 바보는 무심히 스쳐가는 바람 같은 존재만 된다.

한 번은 남편에 대해 타로 상담을 하는데 바보 카드가 나왔다. 나는 “남편이 자유로운 영혼처럼 사시나 봐요?” 라고 말했더니 그녀는 “맞아요.” 하며 그냥 주어진 대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남편이 짜증난다고 했다.

“그래도 마음은 순수하고 사람들에게 인기도 있으시고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착한 분인데 괜찮지 않은가요?”라고 물었더니, 그녀는 그야 그렇긴 하지만, 뭔가 함께 할 수도 없고 방향도 없어서 같이 사는 기분이 안 든다고 했다.

바보는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 함께 있어도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만 마음이 가 있다. 한마디로 마음이 산에 가 있는 것이다. 반면, 이혼하고 싶은 사람에게 바보 카드가 나오면 이별이 가능하다. 조직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바보면 무조건 된다. 자유로운 배낭여행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최고다.

▲ 박서연
하지만, 나머지 인간 세상에 바보는 가진 것 없이 홀로 살아가는 사람이 돼 좋게 이야기하긴 어렵다. 아무 책임감 없는 바보, 그저 선하고 혼자 재미나고 그냥 건강한 바보는 진짜 바보다.

우린 그런 바보를, 좋아하기도, 싫어하기도 한다. 무심히 흐르는 강물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바보는 관계와 물질에서 떨어진 영혼의 자유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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