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돌아보는 ‘한부모가족’

보습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강사 김모씨(29·여·풍덕천2동)는 몇 달 전 수업 중에 일어난 일을 잊을 수가 없다.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가족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학생들에게 영어작문을 내주고 발표를 시켰는데 평소 명랑한 성격에 발표도 잘하던 한 남자아이가 그날 따라 미적거리고 차례를 미루더라는 것. 친구들의 발표가 모두 끝나고 그 아이 차례가 되자 아이는 마지못해 엄마와 누나를 소개하는 짧막한 문장 몇 개를 읽고 마는 것이었다.

발표를 끝내자마자 옆자리 친구가 “너네 아버지 없냐?”고 한마디 툭 던진 말에 아이는 금방 울음을 터뜨렸고 평소 그 아이와 친한 친구도 함께 덩달아 우는 바람에 수업은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아이를 따로 불러놓고 보니 5년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어린 가슴에 상처가 됐더라구요. 그렇지 않아도 감수성이 예민한 때인데 수업시간에 그 아픈 곳을 찔렸으니 오죽 서러웠겠어요?”

그 다음부터 김씨는 수업의 주제와 내용에 신중을 기하게 됐다.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는 학생들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게 된 것이다.

다양한 가족형태 수용해야

부모와 사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도 우리 사회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부모 중 한쪽과 살아가는 이른바 ‘한부모 가정’이 늘고 있다.

통계로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이혼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 1000명 당 이혼 커플은 3쌍. 10년 전과 비교하면 7배가 증가한 수치다.

그만큼 부모로부터 버려지는 아이들과 한쪽 부모가 맡아 양육해야 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그러나 이들 가족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편견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여러 가족의 형태를 배려해야 하는 교육현장에서조차 차별적인 시각이 그대로 표출돼 부모 잃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아픔을 주고 있다.

이혼 가정에 대한 상담과 홀로서기를 돕고 있는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한쪽 부모로 구성된 가족을 편부모나 결손가정이 아닌‘한부모가족’으로 부를 것을 제안, 호응을 얻고 있다. 편부모 또는 결손가정이 주는 부정적 의미를 벗고 하나로도 온전하고 가득하다는 의미의 순 우리말 ‘한’을 사용, 평등하고 건강한 가정의 의미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용어의 전환과 함께 정부에서는 호주제를 비롯한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폐지하고 지역사회 내 한부모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방과후 교실 설치 등 각종 복지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용인시에 등록된 18세 미만의 어린 자녀를 둔 저소득 한부모가정은 180여 세대. 이들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수많은 한부모가정이 부당한 대우와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또 다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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