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연 다통소 소장

시크릿타로 3번 여황제카드
오늘 무슨 글을 쓸까 고민하다 카드를 집어 들었더니 3번 여왕이 나왔다. 이걸 보면 웃음이 나온다. 내가 처음 카드를 배우던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타로 마스터를 초빙해 배우던 두 번째 시간, 옆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던 여자 손님이 타로 좀 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이없게 선생님께서 초보인 내게 봐주라고 하는 게 아닌가? 자신은 전혀 없었지만 왠지 한번 해보고 싶어졌다.

“뭐가 궁금하신데요?” 그 손님이 자신의 집이 언제 팔리겠냐고 물었다. 카드를 한 장 뽑았는데 여왕 카드! 그 카드를 들여다보고 “좋은 집이군요” “네, 한남동의 단독주택이에요.” “그럼 당분간 안 팔리겠는데요. 이렇게 도도하게 앉아 있잖아요. 세받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시는 게 좋을 듯싶어요.”

그녀에게 봐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얼치기로 봤던 기억에 남는 최초의 실전 카드 리딩이었다.한 번은 모 기관 개소식 파티에 초대돼 타로 상담 이벤트를 해주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나타난 풍채 좋은 분이 명함을 돌리고 악수하며 “어~ 여기 트럼프하시나 보네.” 했다.

타로카드로 궁금한 것 알아보고 있다 하니 그분이 갑자기 “그럼 나 하나 봐야겠네. 이번 선거에 어찌 되나? 이번에도 돼야 하는데.” 하면서 본인 차례도 아닌데 카드 한 장을 냅다 집어 보이는 것이었다. 그때 뽑힌 것도 3번 여왕이었다.

나는 의례적인 미소를 지으며 “잘 되시겠네요.” 했지만, 돌아오는 길엔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3’이란 숫자는 기본 존재의 완성으로 삼세 번, 서론과 본론, 결론에 이르는 최초의 종결을 의미하며 안정된 구조를 이루기에 고집이 강하고 변화를 싫어한다.

그래서 독립적으로 홀로 간다. 메이저 카드의 3번 여왕은 그중에서도 제일 까칠하고 도도하다. 붉은 옷을 입고 우리를 보지 않으니, 자신은 결코 바꿀 생각 없이, 외부에 명령을 하거나 굴복시키려 함을 말한다.

처음 카드를 배울 때 내게 여왕 카드가 나오면 ‘난 전생이 여왕인가 봐’ 하며 흐뭇해 했는데, 요즘 이 카드가 나오면 ‘고집불통이시군요. 모든 걸 갖추고 잘난 멋에 사느라 외롭겠네요’ 하며 나도 모르게 속으로 비아냥거린다. 사실은 좀 외고집적인 강한 개성의 소유자일 뿐인데.타로 카드엔 글이 쓰여 있지 않다.

박서연
단지 그 모습만 그려져 있고, 그것을 추측해서 해석자는 말을 한다. 그렇게 말 없는 카드를 읽다 보면 세상 모든 사물이나 동작엔 숨은 이야기와 언어, 의지와 성격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다들 말을 하고 있진 않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많은 말들을 품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게 된다.

마녀라는 것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상대를 먼저 알아봐 주는 것. 그래서 그들을 이해해 주고 안아주는 것. 세상의 현상과 사물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는 것. 타로 공부를 통해 그렇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여왕 카드의 내가 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왕의 카드로 거듭나는 시기는 언제쯤 될까? 빙그레 미소 지어 본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