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개발에 필요한 시설임은 모르는 바 아니나, 거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입주추진은 절대 불가함을 호소하오니 주민들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없도록…”

용인시가 도시개발사업 일환으로 남사면 아곡 일대에 추진 중인 하수처리장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탄원서 내용 일부다.

최근 용인시 곳곳이 개발사업으로 파헤쳐지고 있다. 아곡 일대 주민들이 반대하는 하수처리장을 비롯해,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도 있지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공장시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용인시 입장에서는 인구 증가 및 기업체 유치를 통한 세수확대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남사면 아곡 일대 주민들이 탄원서를 통해 밝혔듯 ‘지역사회 개발에 필요한 시설’임에도 주민들이 반대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개발은 있고 주민을 위한 대책은 없다는 것이다. 무작정 개발만 하고 보자는 식의 난개발이 재현되고 있다는 것. 

‘선 개발 후 대책 마련’ 왜?= 난개발이 연상될 만큼 용인 전역에 개발이 진행되는데는 규제완화가 큰 몫을 하고 있다. 개발허가 신청이 들어올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안전핀이 규제완화란 명목으로 하나 둘 제거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불편을 예상한 대책 마련에 앞서 개발이 가능토록 허가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주민들은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듣지 못한 채 주변을 내줘야 했다. 주민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흥구 청덕동 뿐 아니라 남사면 일대 주민 등 대다수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무슨 법이 제대로 된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승인을 내주도록 했느냐”고 한 목소리로 내고 있는 것이다.

사업자가 개발부지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 준 용적률 및 건폐율 완화도 인근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이를 적극 이용해 건립에 들어간 사업부지 인근 주민들은 일조권과 조망권은 고사하고 사생활 보호조차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다 의무 주차장 면수도 낮춰 주차난까지 우려되고 있다. 실제 기흥구와 수지구 일대에는 주차난으로 인한 민원이 주민간 갈등으로 이어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학교 주변에서 발파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마땅한 법적 장치가 없다. 그나마 행정기관이 소음측정기 등으로 감독을 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걱정은 끊이질 않는다.

하루에 수십회에 걸쳐 대형 공사차량이 학교 통학로를 오가며 공사를 하겠다는 신청에도 응할 수밖에 없다. 공사시간 변경 등의 조건을 따른다 해도 학생들의 안전은 알아서 챙겨야 할 판이다.   

행정 착오 후유증은 시민 몫= 집단민원을 유발하는 또 다른 원인은 행정착오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이전 계획이 나오고 있는 성지초등학교. 기흥역세권 개발에 따른 학생 수 증가로 신규 학교 건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교육당국은 성지초 이전을 통해 문제를 풀 방안을 마련한 것.

5000세대가 유입될 역세권 개발을 두고 애초부터 학교 건립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주 원인이다. 특히 기흥역세권 개발의 가장 핵심 목표인 경전철 활성화를 위해 성급하게 서두른 것도 학부모에게 불편을 전가시킨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서농동주민센터 건립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숙원사업이던 주민센터 건립에 환호를 하고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만 않다. 계획상 주민센터 내에 건립될 도서관이 형편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농동주민센터의 경우 애초 2009년 용인시 자체 지방재정투융자심사를 통과했으나, 용인시의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점을 들어 2013년 3월과 7월 두 차례 안전행정부의 중앙투융자심사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지역 국회의원 등의 협조로 지난해 10월 행정자치부의 심의를 통과 본격적인 사업을 앞두고 있지만 이미 사업내용은 상당수 변경됐다.

주민들은 이에 도서관이 주변 인구 등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며 집단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하소연할 곳 없는 주민들의 발품= 한 시의원은 최근 범람 수준의 각종 개발사업과 관련한 인․허가를 두고 “있을 수 없는 행정”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용인시가 사후 조치도 제대로 하지 못해 주민들은 이중고를 겪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각종 개발 사업으로 피해를 입고 있거나 예상되는 지역 주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지역신문을 찾거나 시의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기적인 집회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관심도는 낮아지고 있다.

이달 초 성지초 이전 반대와 관련해 만난 한 시민은 “용인시는 명확한 답도 주지 못하고, 그나마 정치권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힘들어진다”며 “왜 이런 불편을 우리가 겪어야 하는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편 용인시는 지난해 열린 ‘2014 규제개혁 종합평가 우수지자체 시상식’에서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돼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앞서 같은해 5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는 정찬민 시장이 우수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정 시장은 용인시 규제개혁은 규제건수를 줄이기보다는 타 시군에 비해 과도한 규제로 시민 생활과 기업활동에 족쇄가 되는 규제 위주로 개선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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