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녀와 함께 수화 배우며 나눔의 삶 실천

청각과 언어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의 언어인 수화. 이들 농아인들에게 수화는 소리이며 빛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수화를 할 수 있는 인구는 그리 많지 않다. 굳이 수화인구를 따지지 않더라도 수화를 배우는 사람도 적기는 마찬가지. 수화가 어렵기도 하거니와 비장애인들에게 농아인들은 외관상 큰 불편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농아인들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 농아인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살기 위해 배움에 나선 김선미씨(38) 가족도 수화를 배우고 있는 사람들 중의 한 명에 불과하지만 김씨 가족의 장애인들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기열(12) 지현(10) 석현(8) 등 3남매와 함께 농아인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화교실에 다니고 있는 선미씨는 아이들에게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넉달 남짓 수화교실을 다닌 현재 김씨는 3남매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만큼 어느새 부쩍 성숙했음을 느끼고 있다.

선미씨에게 수화는 인연 이상의 숙명처럼 다가왔다. 수화 중급과정을 마친 동생 유미씨(33)에게 어깨 너머로 조금씩 배운 것이 전부인 김선미씨는 용인에 이사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수화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농아인협회를 찾았다. 물론 선미씨 혼자가 아닌 세 자녀와 함께였다.

“물질로서 크게 후원하지는 못하지만 장애인들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수화를 배우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 아이들도 선미씨가 왜 수화교실에 다니려 했는지 알고 있는 듯 어렵지만 수화에 재미를 붙였다. 특히 맏이인 기열이에게 수화의 의미는 두 동생과 사뭇 다르다. 벌써 몇 차례 교통사고를 당해 차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을 정도로 장애는 남한테만 일어나는 우연히 생기는 사고가 아님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기열이가 두 동생보다 더 수화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언제라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다.

이런 생활 때문인지 이들 3남매는 2∼3곳 정도 다니는 학원조차 다니지 않고 있다. 김씨의 강요라기보다 이들 삼남매가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 삼남매는 또래 친구들이 학원에 가는 시간에 집에서 성경읽기 등의 성경공부와 뒷산에 오른다거나 놀이를 만들어 논다거나 하는 20년 전 그 또래 아이들이 했던 생활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특별한 생활은 이들에게 그저 보통 가정의 일상 그 이상도 아니다.

과학자가 꿈이라는 기열이, 수화를 배울 수 있어 엄마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지현이, 형 누나와 함께 수화를 배우러 다닐 수 있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놀 수 있어 좋다는 석현이, 그리고 수화통역사는 되지 못하더라도 농아인들과 함께 더불어 살며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전도하고 싶다는 선미씨, 이들에게 농아인들의 아픔을 전해준 동생 유미씨, 삼남매를 돌보는 친정어머니 임강희씨 그리고,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남편 준희씨(41). 이들 7식구의 나눔의 실천과 작지만 소중한 사랑이 오늘도 장애인들에게 커다란 희망의 씨앗으로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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