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소장을 만나다

현재 용인정신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CLC회원인 이주노동자센터 이영희 소장은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권센터를 개소했다고 한다. 이주노동자인권센터 개소 1주년을 맞아 이 소장에게 센터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인권센터의 지난 1년을 평가한다면.

“센터는 지역 내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들이 국적, 피부색, 언어 등의 차이를 넘어 실제적인 이웃으로 함께 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지난 한 해는 그런 센터의 전망을 구체화하기 위한 토대를 형성하는 시간이었다. 이주노동자들과 지역사람들을 만나 센터의 활동과 전망을 알리며 센터 운영을 위한 체계를 정비하고 지역 안에서 지역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려 노력했다.”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다면.

“한국인(주로 고용주)과 이주노동자들 사이의 깊은 불신감과 감정, 편견의 벽이 이주노동자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의사소통의 어려움, 과중한 근로시간, 정보와 지식의 부족 등으로 아픈 것을 방치해두었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되는 일을 접하게 될 때 참 가슴이 아프다. 일하던 중 눈에 쇳가루가 들어갔는데 약 먹으면 된다고 이틀을 보냈다가 결국 실명하게 된 경우나, 위를 비롯한 여러 곳에 통증을 느껴 간간이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근본원인을 발견하지 못한 채 위암 말기로 6개월 여 밖에 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 등이다. ”

­용인에서 이주노동자를 위해 어떤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같이 일하고 살아가는 한국사람이 자신의 피부색이나 서툰 한국말, 선입견 등으로만 자신을 판단하고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큰 상처를 받는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 이주노동자들이 합법적인 노동자로 인정받고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제도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지역에서는 이주노동자에게 의료 시스템을 지원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긴급구제조치 및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앞으로 어떤 일을 추진할 것인지.

“현재 하고 있는 노동·생활상담, 한국어교실, 의료공제회 지부활동 외에도,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생활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체육대회 및 명절행사 등 다양한 자리를 마련하고 지원이 시급한 의료분야에 대해 무료검진·진료, 건강 교육, 지역 내 의료체계 구축을 관심 있는 지역 내 병원, 보건소 등과 연계하고자 한다. 용인지역 주민의 인권의식 고취 및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및 참여 방안을 마련해보려 한다.”

-이주노동자 그리고 지역주민들에게 한마디.

“이주노동자라는 구분을 떠나 모두가 똑같이 소중한 가족이 있고 그 가족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이들이며 함께 살아가고 일하는 이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면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가 가진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그렇게 ‘이웃’으로 만나면 ‘차이’는 ‘다양함’이 되고 다양함은 ‘풍성함’이 될 것이다.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그런 풍성함을 만들고 나눠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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