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험난한 용인농업, 6차 산업으로 파고 넘자(2)

▲ 하남양떡메마을 주민들.

57가구 120여명이 거주하는 경남 합천의 작은 농촌마을 하남양떡메마을.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이곳의 주 작목은 양파, 보리, 콩, 벼 등이다. 합천군의 다른 지역에 비해 젊은층 농업인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게 그마나 위안이지만, 1차 농업에 의존하다보니 10년 전까지만 해도 부가가치가 낮은 1차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그쳤다.

그러던 이곳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06년 농촌건강장수마을에 선정되며 공동체사업을 시작한 이후 양파, 쌀, 콩 등 마을 주민들이 재배한 농산물로 양파즙, 떡가래, 메주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양파즙, 떡가래, 메주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마을이름이 ‘양떡메’다. 앙떡메는 이제 하남양떡메마을의 고유 브랜드가 돼 특허청에 등록돼 있다.

2006년부터 꾸준히 성장한 양떡메마을은 지난해 3억6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더불어 잘 사는 합천’이라는 슬로건 아래 주민 일자리 창출에 힘써온 마을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6억4000여만원이 주민들에게 인건비로 지급됐다.

10년 간 다양한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은 마을에 다시 투자돼 양떡메마을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과 농지도 적지 않다. 다목적 마을회관과 정보센터, 마을급식소와 생산공장 2동, 공동경작을 위한 마을농지(900평 규모) 등을 공동체가 소유하고 있다. 유통회사 출자, 정기예탁금, 운영자금 등 1억원 이상의 유동자금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공동급식소에서 매일 마주보며 점심식사

하남양떡메마을은 매일 점심시간이면 흔치 않은 모습이 펼쳐진다. 마을 주민들이 하나 둘씩 회관 바로 옆 식당으로 모여든다.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보통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의 경우 마을 부녀회 차원에서 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차려주는 경우가 있지만 매일 주민들이 모여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보기란 흔치 않다.

초창기 양떡메마을 제조공장으로 사용했던 가설건축물이 지금은 마을 공동급식소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마을에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공동급식소는 그저 밥 한 끼 나누는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성영수 하남양떡메마을 운영위원장은 설명했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얼굴을 마주보는 사이에 마을공동체가 회복된다는 것이다.

▲ 마을주민들의 점심을 책임지고 있는 조리사가 공동급식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젠, 합천군과 경상도 일대에서 함께 잘 사는 마을로 소문이 나면서 전입 희망인구가 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빈 집이 없어 양떡메마을로 들어오는 가구는 많지 않다.

하남양떡메마을이 경상남도 6차 산업을 선도하며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서천 달고개모시마을이나 용인 원삼 학일마을처럼 성영수 운영위원장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근 마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많은 편이었지만 하우스 등 새로운 시설재배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업에 대한 욕구가 없었다고 한다. 이같은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성 위원장은 2003년부터 마을 이장에 취임한 이후 정부 지원금을 받아오는 일부터 시작했다.

첫 시작이 농촌건강장수마을사업이었다. 1억3000만원이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지원금이 생기자, 1차 생산물 가공에 나섰다. 하남마을에서 주로 재배하고 있는 양파, 콩, 벼 등이다. 양파즙은 효능이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즙을 내는 데 비용이 양파 값보다 더 비쌌다고 한다.

여기에서 착안한 것이 양파즙이다. “직접 재배한 양파로 즙을 내고 싼 가격에 판매하면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쌀은 떡을 만들고, 콩은 메주로 가공하면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됐지요.”

▲ 2차 가공과 3차 농촌체험을 통해 주민 일자리 창출하고 있는 곳이 경남 합천 하남양떡메마을이다. 성영수 위원장이 양파즙 가공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마을사업이 2006년부터다. 초기에는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품질과 마을 주민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양떡메마을 양파즙을 맛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2년 만에 매출 1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전자상거래에 대한 시대 흐름에 맞춰 2008년 정보화마을에 선정되면서 도시 소비자들과 직접 거래에 나섰다. ‘양떡메마을’ 브랜드가 만들어진 것도 이 때였다. 무엇보다 마을이 성공스토리를 써가고 있는 요인 중 하나는 농산물 수매 원칙이다. 원 재료를 다른 지역이 아닌 하남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이 생산한 작물 구매 가공품 생산

“마을공동체가 주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수매하는 제도를 정착시켰어요. 마을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적으면 적은대로, 많으면 많은대로 그에 맞춰 양파즙을 생산하고 있지요.”

또 다른 원칙은 배려란다. 농사를 적게 짓는 농가의 농산물을 우선 구매하고, 가공 공장에서 일할 수 없는 고령 노인들의 농산물을 먼저 수매하는 것이다. 2011년부터 공동급식을 운영하며 결속력이 커지자 주변 환경을 활용한 체험과 관광상품 개발에 나섰다. 주요 관광지와 농업·농촌체험을 연계한 것이다.

2008년부터 시작한 체험은 논밭에서 작물을 캐는 간단한 활동으로 시작해 두부 만들기, 떡메치기, 인절미 만들기 등으로 발전했다. 지금이야 대개 농촌체험에 있었지만 양떡메마을 브랜드가 체험객 증대에 기여했다.

체험은 인건비 창출과 마을 주민들에 대한 환원으로 이어졌다. 2010년 55가구에 환원한데 이어 이듬해에는 마을 대청소에 참여할 때마다 3만원을 주민들에게 지급했다. 조리사를 채용해 주 5회 매일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게 된 것이다.

내년부터는 공동급식을 저녁으로 확대해 주민편의를 도모하는 한편, 자녀 장학금 등 주민 복지를 확대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창업 10주년을 맞는 2016년에는 지역주민과 고객, 자매결연단체를 초청해 농촌축제도 열 계획이다.

2차 가공품을 넘어 체험과 축제를 통해 도약을 꿈꾸고 있는데, 이는 함께 일하고 나누는 더불어 공동체 양떡메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다. 2차 가공을 통한 매출 증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마을공동체 회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 달고개 모시마을 주민들이 모시떡을 만들고 있다.

두레 복원한 서천 달고개 모시마을

합천 양떡메마을이 일자리 창출과 공동급식소를 통해 잘 사는 농촌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면 두레를 복원해 6차 산업화에 나선 곳이 있다. 충남 서천군 달고개 모시마을이다.

모시마을 두레사업은 서천군이 충남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서천은 한때 인구 10만 명의 중소도시였지만 최근에는 5만 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서천군은 ‘어메니티 서천 발전전략’을 세워 마을 만들기를 시작했다. 달고개 모시마을인 월산리의 마을공동체 사업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바로 마을 만들기이다.

2004년 마을 만들기를 위한 회의가 시작됐다. 결론은 ‘하나 되기, 사랑하기’였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마을잔치다. ‘사랑과 정이 넘치는 마을, 함께 사는 마을’을 콘셉트로 매월 1회 마을 주민들이 모여 잔치를 열었다.

일부에서 먹고 논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웃을 알고 마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05년 어메니티 최우수마을에 선정된데 이어 전통테마마을 지정을 받았다. 지원받은 예산으로 대모시 만들기나 모시 짜기, 모시떡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장을 설치했다. 달고개 모시마을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마을주민들이 고루 잘 사는 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의 산물이 모시떡 사업이다.

처음에는 마을 주민 전원의 출자를 제안했지만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인지 매우 저조했다. 결국 7명이 힘을 모아 시작했다. 모시떡 사업이 제법 성과를 보이자 관망하던 주민 30여명이 출자에 나서 2014년에는 40명으로 늘었다.

출자규모가 커지고 모시떡 주문이 늘면서 마을 주민 30여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떡 만들기사업에 참여하는 이들은 50대 중반에서 80대 중반까지 비교적 연령이 높다.

양만규 추진위원장은 “금전적, 물질적인 것보다 삶 안에서 전통적 가치로 상품을 만들어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추가 출자자를 받아들이고 마을 주민들을 고용하는 것은 ‘함께, 같이’의 두레를 복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레를 복원하는 것이 잘 사는 마을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모시마을에도 고민은 있다. 마을 만들기를 진행하면서 농촌이라는 공간적인 문제, 즉 농촌공동체가 안고 있는 노령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이다. 마을을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고 함께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또 젊은이들과 노인들 간 간극을 줄이는 것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인구 노령화 속에서 1차 생산과 2차 가공품으로 지속 가능한 잘 사는 농촌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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