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여톤에 이르는 유해·위험 물질, 저장소만 11곳
폭발 땐 반경 2km까지 피해 우려…학교·아파트 등 위치
2500만 생명줄 팔당호 위협…이전 대책 요구 이어져

▲ 7일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소방차가 물을 뿜고 있다. 이날 소방관들은 6시간의 진압 작업 끝에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사진제공=용인소방서

지난 7일 발생한 처인구 모현면 오산리 A유류창고(이하 유류창고) 화재. 6시간에 걸친 진압작업 끝에 불길이 잡힐 만큼 대형화재였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주민들은 수십미터까지 불길이 치솟았을 뿐 아니라 ‘펑펑’ 소리까지 들려 심한 공포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일주일여가 지난 현재 지역 여론은 화재란 단일 사고에 머물지 않고 있다. 위험물질을 대량 보관한 창고를 이전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시설의 경우 경안천과 불과 8km 가량 떨어져 있는가하면 2500만 수도권에 수돗물을 제공하는 팔당상수원 일부 취수장과 30km 정도 거리를 두고 있어 사고 발생 시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험성 제대로 알지 못하는 주민들
용인시에 따르면 유류창고는 1993년 최초등록 이후 22년간 모현면 오산리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2층 면적 2800㎡ 규모의 위험물 시설로서 일반취급소 2곳, 옥내저장소 2곳, 옥외저장소 7곳, 지하탱크저장소가 2곳이 위치하고 있다고 관계당국은 설명했다. 저장된 전체 위험물은 423.8톤 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7일 화재로 옥외저장소 7곳 중 2곳이 전소됐으며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창고에 보관된 톨루엔, 솔벤트, 메틸알콜 같은 석유화학제품의 연속적인 폭발로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화재발생 지점 주변에 설치된 지하탱크저장소에는 100만리터의 위험물이 저장돼 있어 불길이 번질 경우 폭발 및 다량의 유독가스로 인한 화재발생 지점 반경 800m이내 주민들의 피해가 있을 수도 있었던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지난 14일 화재가 발생한 물류창고 인근 주민들을 만나 본 결과 유류창고 내에 다량의 위험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주민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한 주민은 “물류창고가 들어설 때부터 지금까지 껌 재료를 보관하는 창고인 줄 알고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며 “화재가 발생한 이후 많은 위험물질이 창고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유류창고에 대한 위험성은 관리 권한을 가진 기관만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애초 위험 및 유해화학물질을 보관·관리하는 업체는 지자체 즉 용인시가 관리해 왔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인허가권 등의 권한이 한강유역환경청으로 이관됐다.

지자체 차원에서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 기술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기술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은 전문성이 있어야 하며, 그만큼 위험성이 내재된 시설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판 ‘텐진항 사고’ 우려 이어져
8월 중국 텐진항에서 유해물질이 담긴 컨테이너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100명 이상이 사망했을 뿐 아니라 폭발력에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 10년여간 유류창고 관리 실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오고 있는 용인시의회 이건영 의원은 유류창고의 위험성은 텐진항에 버금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류창고가 경안천과는 8km, 팔당호와는 30km 가량 떨어진데다 상류지역에 위치해 있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전 국민의 50%에 해당하는 2500여만명의 수도권 인구가 직접적인 피해범위에 포함될 수 있어 수도권 생명줄이 황폐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05년에는 유류창고에 저장된 물질이 인근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폭발사고 위험성은 국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97년 8월 김포공항 주변에 있던 무허가 화공약품 및 유류저장창고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당시 보도된 내용을 살펴보면 반경 1km내 민가 30여채가 크게 부서지고, 2km 이내 건물, 가옥, 유리창이 깨져 대피하는 등 무서운 화력과 폭발력을 보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7일 화재 발생 당시에도 현장에 있던 인근 주민이 사고 현장에서 날아온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또 유독가스 피해가 예상된 오산리 마을 주민의 안전을 위해 반경 1km내 주민 200명이 인근 초등학교와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유류창고를 기준으로 반경 2km 내에는 오산리 일대 주민뿐 아니라 죽전디지털밸리, 아파트 단지, 초·중·고등학교, 관공서 등이 밀집해 있어 사고 발생 시 피해는 심각할 수 있다.

이건영 의원은 “중국에서 발생한 텐진항 폭발사고만큼 위험성이 높은 시설로 수차례 관리를 제대로 해 줄 것을 부탁했다”며 “절대 발생하면 안 되겠지만 위험성이 매우 높은 유류창고에서 화재나 폭발, 유해물질이 유출되면 피해는 매우 심각할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7일 화재가 발생한 모현면 오산리 유류창고 현장을 방문한 용인시의회 의원들./사진제공=용인소방서

이전 요구 수면화… 해결책은…
위험성을 알리는 목소리는 10여년 전부터 환경단체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흘러 나왔다.

그동안 환경부, 한강수계 5대 시도 등으로 구성된 다자간 협의기구인 한강수계관리위원회는 한강수계관리기금으로 대상지역 토지를 매입하는 방안, 용인시 도시계획에 이 지역을 개발지역으로 묶어 활용하자는 제안 등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화재 사고로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용인시의회 이건영·김운봉·김상수 의원은 지난 14일 한강유역환경청을 찾아 주민의견을 전달했다.

이날 의원들은 오종극 한강유역환경청장과 화학안전관리단장을 만나 모현면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물류센터 이전 검토 및 철저한 현장조사를 통해 화재로 인해 주민들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후속조치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영 의원은 “오늘(14일) 유류센터 화재현장 인근 주민들을 만나봤는데, 이번 화재로 인해 아직까지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며 “팔당상수원 6개 취수장 보호와 하천 오염 방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모현면 물류센터는 이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지가 확인한 바로는 화재가 난 물류창고는 현재 건물주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세입자가 2년간 계약을 맺은 뒤 내년 6월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용인시가 나설 적절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 위험 취급 장소 일제 조사 등 대책 마련 분주
용인시가 지난 7일 발생한 모현면 오산리 유류창고 화재사고와 관련, 관내 위험물 취급 창고 일제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또 화재발생 창고 이전을 위한 예산 확보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찬민 시장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담당부서에 위험물 취급 창고 일제조사를 지시한데 이어 지속적인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창고 이전을 염두해 예산 확보도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유류창고 관리 업무는 한강유역환경청이 가지고 있지만 용인시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주민들의 요구에 최대한 관심을 가지고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전 등 구체적인 상황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전건설국도 지난 15일 열린 업무추진 혁신전략 회의에서 용인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재난 및 대형사고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유류창고 화재 현장서 불거진 발생한 물품조달 문제 해결 방안,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조, 원활한 통신장비 이용을 위한 대책 등의 필요성을 언급, 이후 지역 현황에 맞는 매뉴얼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용인에는 처인구 경안천 발원지 주변에 유류창고 정도의 위험성이 있는 유류비축기지도 있어 지난해 개편된 안전총괄과를 중심으로 한 용인시의 안전 관련 행정력이 다른 지역보다 더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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