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역→지침개정, 연구용역(?)→결과에 주목

▲ 용인시와 지역정치권은 10년 전부터 송탄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용인시와 주민들이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에 대해 절실하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지는 불과 10여년밖에 되지 않았다. 보호구역 해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급격한 인구증가와 개발이었다.

2004년 당시 용인시는 남사면 봉명리와 통삼리 일원에 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났다. 첨단산업단지 예정부지가 상수원보호구역 입지제한 구역 안에 포함돼 있어 보호구역을 해제하지 않을 경우 산업단지 조성은 물론 자칫 남사지역 종합개발계획 자체가 무산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는 당시 남사면 첨단산업단지 예정부지 32만평을 2020년 용인도시계획안에 반영하고, 지방산업단지 기본계획과 토지이용계획을 세워 이듬해 경기도에 지방산업단지 지구지정 신청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업단지 예정부지가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상류에서 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사전환경성 검토 과정에서 ‘일반상수원보호구역 상류에서 10km 이내 지역은 공업지역 입지를 제한한다’는 공업지역 개발기준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사실상 지구지정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는 용인시 구역을 포함해 보호구역 전체를 해제하고 취수장을 폐쇄해야 하기 때문에 평택시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는 상황을 그제서야 인식한 것이다.

시는 그 때서야 부랴부랴 강남대학교 도시연구원에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조정방안 논리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용역 결과 보호구역 유지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보호구역 유지로 얻는 ‘사회적 편익’보다 크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또 평택시가 공급하고 있거나 공급계획에 있는 지방상수도가 광역상수도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내놨다.

용인시가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조정방안 논리연구’ 용역을 발표하자 평택시도 상수원보호구역 보존을 위한 학술용역을 의뢰하며 맞대응했다. 송탄정수장은 비상급원이기 때문에 송탄상수원보호구역 문제는 어떠한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나 해제의 사안이 될 수 없다는 논리 개발을 위해서다.

평택시가 평택대학교에 용역을 의뢰한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용역에서는 수질이 양호하고 보호구역을 해제할 경우 사회적 비용이 편익보다 더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같은 상반된 용역 결과가 발표되고 변화의 기류가 없자 용인시의회 등 지역정치권에서 보호구역 해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무책임·칸막이 행정의 산물

▲ 남사지역 주민들은 10년 전인 2004년 평택시청과 경기도청에서 잇따라 집회를 갖고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했다.
당시 용인시의회에서는 “남사산업단지 지정 때 집행부에서 송탄상수원보호구역에 대한 검토를 한 번만이라도 했더라면 녹십자 관외 이전과 분당선 전철 지연 등과 같은 피해는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관련 국 어느 부서에서도 산업단지 지정과 보호구역 해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뼈아픈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상수원보호구역 문제는 시의 무책임한 행정과 부서간 꽉 막혀 있는 칸막이 행정, 여기에 뒷짐만 쥐고 있던 지역정치권의 무관심과 소통의 부재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2006년 7월 민선 4기가 들어서도 보호구역 문제는 좀체 풀리지 않았다. 남사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배정받은 공업지역 공급물량 32만평에 대해 자연녹지지역인 북리지역을 공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려던 계획마저 발목이 잡혔다.

결국 시는 북리공업지역 지정을 위한 공업물량 32만여평을 처인구 이동면 덕성리 일원으로 변경하기 위해 배후 주거단지 20만평을 포함해 55만평을 이동첨단산업복합단지로 조성키로 하고, 이를 ‘2020용인시도시기본계획안’에 반영했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없이 ‘2016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한 남사산업단지는 물론 북리공업지역, 3개 공업지역의 주거지역 용도변경 등이 모두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보호구역으로 인한 저개발 피해는 고스란히 남사지역이 떠안았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지역발전의 기회를 잃은 실망감이 매우 컸다. 시에서는 도시의 기본 틀인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해야 해 물적·행정적·시간적 피해를 입었다.

중재에 실패하며 상처를 입은 경기도는 김문수 지사가 취임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용인시-평택시 상생발전을 위한 용역 추진 합의를 이끌어냈다.

경기도는 2006년 11월 서정석 용인시장, 송명호 평택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상수원보호구역 및 진위천 일대의 친환경 상생발전을 위한 연구용역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용인시가 경기도에 보호구역 해제 건의를 한지 3년여 만인 2007년 6월이 돼서야 상생발전을 위한 연구용역이 착수됐다.

그런 가운데 환경부가 상수원보호구역 경계 10km에서 취수장 상류 7km로 공장 입지를 완화하는 상수원 공장입지 규제 개선을 추진하자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시는 산업입지의 개발에 관한 통합지침이 개정되면 북리공업지역 등 규제를 받고 있는 남사면과 이동면 일부 지역에 대한 규제면적이 축소돼 정책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북리공업지역 지구 지정과 남사복합신도시(남사산업단지 포함)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 때문이었을까.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존·폐 여부를 가늠할 것으로 전망된 ‘진위천 일대 친환경 상생발전 연구용역’은 중간보고서에서조차 보호구역 폐지 여부에 대한 검토를 제시하지 않았다.

용역을 수행한 국토연구원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통합지침 변경에 따른 규제 완화에 대한 여건 변화를 지적하며 상수원보호구역 존치와 용인시의 일부 개발계획 실현이 가능하다는 중간 결과를 내놓았다.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지하지 않고서도 용인시가 정책적으로 벌이고 있는 개발계획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하며 3년 넘게 투쟁을 벌인 송탄상수원보호구역철폐추진위원회 등 남사면 주민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지만 활동 잠정 중단으로 이미 동력을 잃은 상태였다.

규제거리 완화 후 용역이 재개됐지만 방향이 정해지면서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실제 용역보고서에는 두 도시간 상생발전 방향으로 수량 확보 측면과 수질보전과 친환경 하천 관리, 상류의 개발편익과 하류의 개발비용 분담, 통합지침 개정에 따른 시 정책사업 가능성, 북리 공업지역 개발에 따른 오염 저감시설 방안 마련 등을 쟁점별 검토사항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 존·폐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담지 않았다.

본질 벗어난 연구용역은 안돼

2009년 2월 연구용역 최종보고회가 개최된 다음날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이후 갈등을 빚어왔던 용인시와 평택시가 경기도의 조정으로 30여년 만에 화해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도는 두 지자체 협의 아래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을 유지하면서 상류인 용인시의 북리공업단지와 남사신도시 개발이 가능한 상생방안을 마련했다는 언급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남사주민들은 당시 용인시가 용역결과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 보호구역 해제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사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용인시민과 용인시의 권리가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박탈됐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선 6기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는 크다. 민선 5기에는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에 대한 관심이 적어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었다. 반면 정찬민 시장은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시장·군수 회의에서 도지사에게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건의한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상생협력 토론회에서 연구용역 추진을 제안했다.

도는 용인시와 안성시 의견을 받아들여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지난 7월 평택시의회가 용역비 분담비용 예산을 삭감, 용역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용인시와 시의회, 국회의원과 도의원 등 지역정치권, 주민들은 정부와 도, 평택시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용인시민 궐기대회에 이은 1인 시위, 20만명 서명운동 등을 통해 용인시와 시민들의 의지를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당시 용인시와 합의가 있었고 또 광역상수원으로 전환이 가능해진 만큼 보호구역을 해제해야 한다면서도 정치 논리가 배제된 연구용역의 조속한 착수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 평택시는 경기도 주관으로 한 용인·안성·평택 3개시의 MOU 체결에 대해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전제로 한 협약체결에는 불참한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의 갈등 조정과 정부의 중재가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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