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공동체 | 안성시 공도읍 한일타운 아파트

공동체의 사전적 의미는 ‘운명이나 생활, 목적 등을 같이하는 두 사람 이상의 조직체’를 의미한다. 이전에는 마을을 큰 범위로, 가족을 작은 단위의 공동체로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급속한 도시화로 최소단위의 가족공동체마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 것이 사실이다.

인구 20만명이 채 되지 않은 안성시에 위치한 공도읍.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개발붐이 일어 현재 인구수가 안성 구도심을 넘어섰다. 여느 신도시가 그렇듯 공도읍에도 대규모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인근에는 안성인터체인지뿐 아니라 평택시와 생활권이 가까워 안성에서 외부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안성에서는 역동적인 곳이지만 그만큼 공동체란 훈훈함을 느끼기에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마치 외로운 섬이 연상될 법하다. 

아파트 관리비 입주민 위해 사용해요!
공도읍에 위치한 한일타운 아파트. 4개 동에 274세대가 모여 산다. 주변에 1000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이 아파트에 최근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부정한 수단의 온상이 되고 있는 관리비를 슬기롭게 운영, 입주민들은 관리비 일부를 오히려 돌려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아파트 곳곳에는 연신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소박한 금전의 효과가 아니다. 함께함에 목말라 있던 사람들에게 물꼬를 터준 것이다. 

2013년부터 한일타운 입주민대표와 관리사무소는 여러 가지 형태의 잡수익을 장기수선 충당금으로 보관하지 않고 입주민에게 돌려주기로 결정, 주민들은 합리적인 결정을 반기고 나섰다.


아파트는 특성상 세대수에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비용이 있다. 수천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비해 세대수가 작은 아파트의 경우 관리비를 줄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필요경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가 지혜를 모아 주민을 위한 아파트 관리를 위해 신선한 비결을 내놨다. 김낙빈 입주자 대표회장과 지형선 관리소장이 이야기하는 비결은 잡수익 운영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단지를 관리하는 관리사무소나 입주자협의회는 여러 가지 형태의 잡수익이 생긴다. 대표적인 것이 자원 재활용이나 광고 등을 통한 수익이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야기되고 있는 관리비 횡령 등은 잡수익 규모가 점점 규모화 된데서 야기하고 있다.

대부분 아파트가 이렇게 생긴 잡수익의 경우 쓰지 않고 적립해 두는데, 이렇게 될 경우 다음해로 이월되면 장기수선 충당금으로 편입된다.

한일타운 아파트는 잡수입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노력으로 얻어진 수익이고, 장기수선 충당금은 별도로 충당되니 만큼 잡수익은 그때그때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텃밭동아리


이렇게 해서 기존에 주민들의 관리비를 통해 부담했던 소독비, 화재보험료,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등을 잡수익을 통해 해결했다. 결과적으로 그만큼 주민들의 관리비는 줄어드는 효과가 생겼다.

작은 세대이지만 이렇게 하고도 돈이 남았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274세대 전 세대 주민들에게 1만원짜리 상품권을 나눠주었다. 물론 상품권은 지역 농협의 상품권을 구매했다. 공동체 범위를 아파트 단지에서 안성으로 확대, 이왕이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까지 살렸다.

한일타운은 올해도 역시 1만원짜리 농협 상품권을 나눠주는 것은 물론이고, 거기에 더해 3000원짜리 쓰레기봉투를 추가로 나눠줬다.

이 같은 노력은 주민들의 동참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됐단다. 애초 주민들간 소통이 없던 한일아파트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관리비를 주제로 한 대화가 이어졌다. 대화 주제는 점점 늘었다. 아이를 둔 주민들은 육아를 이야기 할 만큼 가까워졌으며, 지긋한 어르신들은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옆집 아이들과 인사 나누기에 정신없다.

김낙빈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은 “소소한 변화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서로 간에 소통이 부족했던 것은 바쁘기도 하겠지만 이야기꺼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육아동아리


소소한 시작에 불과하지만 관리비 환원이 공동체에 끼친 영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부분이라고 입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이 아파트에서 5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최희영 주민은 “생활 여건이 좋다는 것은 학교, 도서관 등 주변환경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이웃과 말 그대로 이웃사촌처럼 공동체가 만들어진다면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고 아파트 자랑을 이었다.

훈풍이 불고 있는 아파트도 입주민 참여 확대라는 부담이 없지 않단다. 특히 일부 주민을 중심으로 한 활동이 아닌 다수의 주민이 공동으로 참여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숙제란다. 입주민 대표와 관리사무소는 한일타운이 가족끼리 조용히 생활하는 공간이 아닌 이웃과 함께 사는 열린 광장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 준비해 나갈 계획을 밝혀 기대는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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