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인재를 품다 - 주민장학회
주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주민장학회
시민들 참여 계속 줄어 근심

‘배움’ 힘든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 이유에서다. 학교가 없는 마을에는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학교를 만들기도 했다. 그나마 낼 돈이 없던 주민들은 쌀이라도 내놨다. 배우지 못함의 서러움이 곡기걱정보다 더 했기 때문이랴.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이제는 학교가 없어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은 찾기 힘들다. 

공자는 ‘훌륭한 자식을 얻어 가르치는 것’이 인생을 살아 가면서 느끼는 5가지 즐거움 중의 하나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는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 부모된 입장에서는 자식의 글 읽는 소리를 듣는 행복조차 사치며, 학생들에게는 마음 편히 배우는 것마져 힘겨워 해야 하는 서글픈 현실이란 의미다.

수십만원의 등록금을 제대로 내지 못해 긴 한숨을 내 쉬는 어린 그들을 그냥 모른척 해야 하나?
교육 복지 사각지대에서 외로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늘 그렇듯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설 수 밖게 없었다. 주민들이 주섬주섬 한푼씩 냈다. 그렇게 모인 돈은 자녀들이 마음 편히 공부하는데 고스란히 사용된다. 우리는 그들을 ‘주민장학회’라고 말한다.

주민장학회 용인서 10여개 활동

남사장학회


용인에 주민장학회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확인 가능한 장학회만 10여곳. 장학회 회원들의 말을 빌리면 소규모까지 포함하면 20여개가 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추산이다. 용인시민장학회 등 재단 형식으로 운영되는 장학회 20여곳까지 더한다면 용인 내 학생들의 교육복지를 위해 활동중인 장학회는 40여곳에 이른다.

주민장학회 현황 파악이 힘든 것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해 행정기관 등에 등록되지 않은데다 활동이 조용히 이뤄진다는 이유에서다.

장학회 설립 초기에는 생활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이 주요 활동이었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백만원이 넘는 장학금을, 장학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지역 초․중․고등학생 뿐 아니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해 평균 30~40여명에게 전달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지 장학금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다양한 사업도 펼치고 있다. 특히 일부 출신학교만을 대상으로 하던 애초 지원방식을 장학회가 있는 지역의 전 학교로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 추세다.

정평장학회


처인에서 활동중인 한 장학회 이사장은 “생활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의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서적인 부분에도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수십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대를 이어 활동 하고 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성장해 장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행정구역 상 규모가 적은 지역의 경우 마을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 양성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 백암에 있는 백암장학회의 경우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 중 현재 장학회에 후원금을 내고 있는 회원이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장학회와 인연을 맺은 지역 인재의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은 남 다를 수 밖에 없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새로운 변화 시도 ‘주민들의 참여’ 절실

용인신협 정근장학회


주민장학회의 경우 애초 지역주민이 낸 모금액을 종자돈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많게는 수억원을 정기예탁,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자나 해마다 들어오는 후원금이 장학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역 장학회 운영에도 절박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 장학회의 경우 생존과도 직결된다. 설립 당시 모금한 금액은 세월이 흘러 돈 가치가 하락,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용인의 경우 도시 팽창화로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 도움이 필요한 학생은 늘고 있지만 당장 장학회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줄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장학회는 회원수 확대를 통해 정기예탁금을 높이는가하면, 또 다른 장학회는 매달 정기 후원금을 낼 수 있도록 지원 방식에 변화를 줬다. 행정기관과 연대가 가능한 재단법인 형태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곳도 있다.

무엇보다 교육을 받은데 어려움이 없는 학생들이 최소화 될 수 있는 범시민 차원의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한 장학회 관계자는 “인구수는 늘고 있는데 신규 회원은 많이 늘지 않아 최근 들어 장학회 운영이 어려워 진 것은 사실”이라며 “정기예탁금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지만 대상 학생을 감당하기에는 부담이다”며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에는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못한다는 뜻도 담겨져 있다는 것을 주민장학회가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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