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ㅣ MOU 체결 ‘허와 실’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는 각서를 의미하는 ‘Memorandum’과 합의, 이해 등을 의미하는 ‘Understanding’을 담은 것으로 ‘양해각서’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로 국가 간 체결되던 양해각서는 민간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는 일반화된 지 오래다. 어떤 거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양 당사자의 기본적인 이해를 담기 위해 체결되는 양해각서(MOU)는 대체로 계약서와는 달리 원칙적인 합의를 내용으로 하고 구속력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자체가 보여주기식 성과 수단으로 MOU가 남발된다면 문제는 차원이 달라진다. 최근 용인시가 민간기업과 무분별하게 체결한 MOU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점검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 MOU 옥석을 가려라
용인시 최근 5년간 MOU체결 현황을 보면 지난해 내용면에서 질적 변화를 가져왔다고 할 만큼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애초 대부분 ‘민관’ 혹은 ‘관학’이 추진하던 사업이 대부분이었다면 지난해에는 투자유치과가 발 벗고 나섰다. 

시 입장에선 시책사업을 추진하는데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실제 많은 경우는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각 구청에 허가과까지 만들어 모든 투자자에게 투자상담에서 공장설립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한곳에서 도와주는 투자 촉진제도 ‘원스톱서비스’를 지향하는 제6기, 정찬민 시장체제에선 더욱 그렇다. 따라서 용인시가 오히려 적극으로 나서 체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가시적 유치성과로 이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반면 대상기관의 입장에선 무엇보다 행정적 편의제공을 담보받길 원한다. 지자체가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을 보증삼아 은행권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발생 등에도 이를 활용한다. 또는 다양한 내용에 지자체 MOU는 전제조건 또는 플러스 점수가 된다. 민원이 발생할 때도 효과적인 제어수단이 된다. "시가 해주기로 했는데 당신들이 그래봤자 헛일" 이라는 식이다.

대개는 현실을 외면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내용으로 체결할 때 발생한다. 내용상 당사자가 구속되기로 합의한 의무가 있거나 그러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있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구속력이 인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졸속 체결, 주민들 피해로 이어져
지금껏 용인시가 체결한 MOU를 근거로 추진했거나 진행중인 사업중 시의회 반대에 직면하거나 지역주민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했다.  

2014년 1월 용인시와 트루벤인베스트먼트(주)가 체결한 이동면 LNG발전소 건립을 위한 MOU. 펀딩회사인 트루벤이 용인에 추진하는 LNG화력발전소 건립계획에 대해 용인시가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해당사자 중 한 축인 지역주민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면서 추진하는 쪽과 반대하는 주민들이 대립하는 민민갈등이 발생했고, MOU 내용은 문제를 꼬이게 만들었다. 찬성측은 MOU 내용대로 시가 적극 나설 것을 압박했고, 반대측은 MOU를 체결한 용인시가 각성하라며 시청방문 집회까지 불사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시는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학부모들과 주민들이 격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지곡동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이와 관련한 MOU체결에도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와 주민들은 용인시와 업체 측이 지난해 2월 맺은 MOU 내용이 실제와 상당부분 다르다며 사업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시는 연구소 건립과 관련 보도자료 등을 통해 사업비 200억원을 투입하며, 최대 5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크로드시앤티가 작성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사업비는 100억원, 일자리도 사무직 30명을 포함, 32명인 것으로 적혀 있다. 특히 일자리의 경우 연구원이 근무지만 이전할 예정으로 실제 용인시민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는 관리직 2명이 전부가 된다. 전형적인 부풀리기식 MOU체결인데다 지역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은 절차상 문제도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대우루컴즈와 맺은 공장설립도 되짚어봐야 할 부분이 많다. 투자측이 양지면 양지리 부지에 공장증설을 목적으로 용인시와 MOU를 체결 행정적 협조를 요구, 시도 기업유치를 명분삼아 이에 응했다.

하지만 이곳은 시가화예정지구로 2200세대의 아파트 건립이 추진 중인 곳이었다. 택지개발을 추진하던 업체는 반발했고 이로 인해 업체 간 갈등으로 많은 시간을 서로 낭비해야 했다.


◇ 앞으로 대책은?
현재 용인시가 기업유치를 위해 체결한 MOU 중 현재 추진 중인 것은 10건 가량이다. 이중 한화도시개발과 지난해 7월 협약을 맺고 추진 중인 용인테크노밸리 조성 사업과 3000억원 가량의 투자될 것으로 보이는 KCC 중앙연구소 증설도 포함돼 있다.

추진 중인 사업이 실제 성과를 거둘 경우 용인시 한해 예산을 훌쩍 넘은 투자금이 발생할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확대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란 대어를 수조에 담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협약수준에서 사업이 마무리 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용인시와 시민이 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MOU체결에 앞서 지역주민 등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담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들의 의견이 배재된 사업은 자칫 회복하기 힘든 오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MOU 미이행은 지자체의 신뢰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뿐 아니라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MOU 체결서에는 명확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체결서에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정확히 알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실제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도 않는다. 실제 이동면 LNG 발전소와 관련해 용인시는 ‘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법적요건을 갖출 경우 행정적 지원에 협력한다’는 것이 시의 지원 내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고시는 올해 6월에야 고시된다. 결국 1년 넘게 주민들간에 갈등은 심화되고 있지만 시가 관여할 수 있는 근거는 매우 미흡하다. 특히 사업이 구체화될 경우 지원 및 투자 등을 명문화 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그때는 갑을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법리적으로 상충하지 않는지를 살피고 균형감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자면 도시계획과는 방어적으로 길게 보는 관점이면 도시개발과는 당장의 성과를 추구하는 부서, 기업유치과는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해야 하지만 환경과나 녹색 성정과는 거시적 안목으로 봐야 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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