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이젠 달라져야 한다(3)

고삼농협이 2012년부터 지역농산물 판매 확대 및 수익창출을 위해 운영에 들어간 안성마춤푸트센터 /사진 고삼농협

착한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안성 ‘고삼농협’

경기도 남단 소규모 도시 안성. 그곳에서도 인구규모가 가장 적은 고삼면. 용인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남사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0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말 그대로 작은 농촌마을이다. 하지만 고삼면은 국내를 넘어 외국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농업 선진지역이다. 실제 고삼은 국내 생명농업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고삼농협은 조합원들을 위해 친환경농업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고삼면이 친환경농업을 필두로 한 선진농업의 메카로 설 수 있었는데는 고삼농협(조합장 조현선)이 빠질 수 없다. 고삼농협이 이른바 ‘착한 농업’을 실천하기 위해 조합원과 지역주민과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고삼농협 입구에 서 있는 어른 키 3~4배 크기의 돌기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생명·흙’ 짧은 이 두 단어가 전부지만 반백년 역사를 가진 고삼농협의 활동을 아우르기에 충분하다.

고삼농협은 애초 1961년 농업은행과 금융조합이 합병해 리동조합으로 운영돼 오다 지금의 체제로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73년부터다. 이후 1989년 고삼농협협동조합으로 명칭을 변경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삼이 친환경 농업의 발상지라면 고삼농협은 시발점이 된 곳이라 해도 무방하다. 고삼농협은 20년전인 1994년 착한도전을 시작했다. 수확량을 늘기기 위해 농약에 의존한 농사를 대신해 친환경 농사를 시작한 것. 한번쯤 들어봄직한 우렁이 농법이나 오리농법도 고삼농협이 1997년 친환경인증제도 도입보다 3년이나 앞서 시행했다.

안성맞춤형 농협 위한 조합원 실태조사

고삼농협의 이 같은 시도는 농협이 농업의 중심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지에서다. 이를 위해 고삼농협은 1994년에 조합원 영농실태와 의식조사 및 농협경영분석을 실시, 이를 토대로 제 1차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했다. 이어 1998년에는 제2차 장기발전계획 연구를 통해 지역농업의 조직화 방안을 설계했다.

2003년부터는 2년마다 조합원 영농실태 및 삶의 질 조사를 실시해 농업소득 향상, 농기계부채 경감, 취약계층 대책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고삼농협은 조합원 실태조사결과를 활용한 데이터 경영전략은 조합원과 임직원의 합의도출에 용이하며 사업성과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맞춤형 실익사업을 개발한 것이다. 

특히 경영순이익을 극대화해 조합원에게 환원하는 ‘수익센터 모델’보다 조합원 실정을 반영해 맞춤형 실익사업을 추진하는 ‘협동조합 모델’이 조합원에게 더 큰 편익을 제공할 수 있다.(참조 2010년 우수조합경영사례의 시사점-농업경제연구소 2010/신기엽 경영연구실장)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농민을 위한 투자 상생의 기본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에 위치한 고삼농협 조헌선 조합장을 비롯해 직원들이 선진농협 견학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모으고 있다.

고삼농협의 핵심가치는 상생협력, 사회공헌 그리고 정도경영으로 함축할 수 있다. 즉, 조합원과 소비자, 직원, 조합과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의미하는 상생협력과 직원 및 사회공헌을 통한 따뜻하고 인간적인 농협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협은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을 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핵심가치에 담았다.

고삼농협은 흔히 말하는 농민 중심의 농협이다. 농협의 원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반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고삼면은 고삼호수 주변에 있는 일부 상권을 제외하면 주민 대다수가 농업 종사자다. 그런데다 인구증가율도 타 지역에 비해 매우 낮아 농업 정체성을 유지하기에 용이하다는 특수성을 가졌다. 고삼농협은 지역의 특수성을 장점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고삼농협은 1976년 앙곡창고를 준공한데 이어, 1984년에는 유류취급소 및 연쇄점도 준공했다. 2006년에는 친환경 잡곡포장센터를 준공했으며 최근에는 안성마춤푸드센터도 운영에 들어갔다.

특히 지난해 5월부터 영농자재백화점을 열어 조합원의 적극적인 사업참여로 원활히 경제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각종자재를 다양하게 구비해 이용하는데 불편을 최소화 시키고 있다. 

영농자재 구매사업의 경우 최저가격으로 자재를 공급하는 전략은 영리회사에게 가장 위협적인 전략인 동시에 조합원에게 실익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 기대효과는 더욱 크다. 뿐만 아니라 계통구매와 자체구매를 적절하게 조합해 가격전략을 펼칠 경우 영리회사에게 더욱 위협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고삼농협의 투자는 성과로 이어진다. 농산물유통 판매사업은 2014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77억 8100만원으로 2013년 같은 기간 대비 10.9%p 성장했다. 고삼농협은 특히 대출사업의 경우 조합원의 신용대출 및 담보대출이 소폭증가하고 있다. 금감원의 주택담보대출 완화로 안성에서도 부동산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의뢰가 증가하고 있어 대출사업 성장도 기대하고 있다. 

고삼면은 1914년 용인군에 편입된 이후 5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행정구역상 용인에 포함됐다. 

지역사회 농축산물 유통 주도하는 ‘안동농협’

고삼농협이 조합원 수익증대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무 시래기 작업현장

안동은 국내 최고급 한우뿐 아니라 국내 유명 농산물을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유통시장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안동농협(조합장 권순협)은 농산물공판장 사업, 파머스마켓, 하나로마트사업, 안동농협더햇식품사업소(http://nhdubu.com/) 등을 통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 유통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2006년 지역농협 최초로 안동시민 농협사업이용 촉진을 위해 ‘안동농협사랑카드’사업을 개시했다. 안동농협은 현재 안동시 가구 절반이 카드회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가입자수를 확대하기 위해 직원들은 지역봉사단체, 시민단체 등에 ‘1인 1단체 가입운동’을 통한 지역밀착형 경영을 추진했으며, 이후 조합원관리카드를 만들어 1대1 방식의 밀착지원체제를 구축운영 중이다. 

안동농협의 또 다른 장점은 신용사업고객 확대를 위한 이용배당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조합원은 물론 지역주민을 전속고객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농협은 2007년부터 조합원과 지역주민 등 개별 고객의 사업이용실적을 전산화한 '조합원관리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인 이용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연간 이용배당액은 3억원으로 전국 평균 1억 9000여만원보다 많다. 

이는 개정 농협법에 따라 2005년부터 준조합원에 대한 이용배당을 실시해 지역사회에서 전속거래 고객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이점을 활용한 것이다.  

전속거래 고객 확보는 경쟁관계의 영리회사에 대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안동농협의 이용 배당정책 등 지역밀착형 사업전략은 많은 조합에게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조합원을 위한 최선의 가격 상주 ‘외서농협’

전형적인 농촌형 농협인 경북 상주시 외서농협(조합장 지종락)은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배를 생산하는 조합원을 최선의 가격으로 대우하고 있다.

농협은 배 품질 차별화 및 대형마트 직거래 전략으로 참여 조합원에게 도매시장가격보다 21% 높게 구입한다. 조합원은 ‘언제’, ‘어디에’, ‘얼마에’ 파는지를 묻지 않고 무조건 농산물 판매를 협동조합에 위탁한다는 ‘3문 불가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참여농가는 품질 선별권을 100% 조합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기준의 브랜드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외에도 물량 및 품질에 관한 출하협약을 위반한 조합원에 대해 ‘3진 아웃 제도’를 운영해 상품의 질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농협자료에 따르면 2007년 참여조합원 평균 실익지표는 판매가격 제고 수혜이익이 250만원, 유통비용 절감 수혜익은 9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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