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이젠 달라져야 한다(1)

지난해 4월 운영에 들어간 산지유통센터(APC)에 용인지역 10개 지역농협이 참여해 학교급식 등 유통사업을 하고 있다. 도시·농촌농협이 모두 참여한 것은 AP센터가 거의 유일하다. 지역농협 조합장들이 내빈과 함께 준공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동시조합장 선거 ‘변화’의 마지막 기회

오는 3월 11일 치러지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농협법 개정으로 그동안 각 조합별로 치러지던 농·축협·산림조합장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게 된 것이다. 용인농협을 비롯한 10개 지역농협과 용인축산농협, 용인시산림조합 등 모두 12개 조합 조합장이 새로 선출된다.

3.11 조합장 선거는 조합운영에 매우 큰 영향력을 미치는 리더를 뽑는다는 점에서 향후 조합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특히 협동조합의 오랜 의제였던 농협 개혁을 이끌 적임자를 선출해야 할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크다. 하지만 중요도에 비춰 조합장선거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조합장 선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협동조합, 이젠 달라져야 한다’는 기획을 시작한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협동조합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조합원이 변해야 한다. 그 변화의 시작은 조합을 개혁하고 살릴 수 있는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선거 무관심 공약보다 ‘인맥’ 통한 ‘돈선거’가 원인

조합원 수만 2만4252명에 달하는 농·축·산림조합. 준조합원까지 합하면 1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조합장 선거는 지역주민은 물론, 조합원들로부터 점점 외면을 받고 있다. 한때 90%를 넘었던 조합장 선거 투표율은 80%를 겨우 넘기는 조합도 적지 않다. 2013년 12월 치러진 용인축협 13대 조합장 선거의 경우 보궐선거이긴 하지만 12대 조합장 선거 때보다 5%포인트 이상 낮은 73.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다른 지역농협 투표율도 용인축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치러진 조합장 선거 투표율은 수지농협 87%, 이동농협 83%, 남사농협 82%, 원삼농협 78%에 그쳤다.

왜 그럴까. 공직선거보다 후진적인 선거방식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전화나 연설, 홍보물 등을 통한 선거운동이 가능하지만 인맥과 금품전달, 호별방문 등을 통한 로비가 여전하다는 것이 조합 안팎의 얘기다. 이번에 치러지는 조합장 선거 출마를 저울질 했던 A씨는 출마를 접었다. 공식적인 선거운동 비용 외에 표를 얻기 위해 사람을 움직이려면 돈이 상상 이상으로 들어간다는 판단 때문이다. A씨는 “전직 조합장에게 선거운동을 요청하려 했는데, 5000만원은 있어야 한다고 하기에 조합장 출마를 접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돈을 주고받는 것은 불법이지만 여전히 ‘인맥’을 활용한 ‘돈 선거’가 비밀리에 진행돼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같은 선거문화는 ‘정책’과 ‘공약’ 중심의 매니페스토선거가 자리 잡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후보들은 정책 개발을 통해 유권자 조합원에게 공약을 제시하기보다 지연, 학연, 혈연 등 인맥을 동원하는데 급급해 한다. 이 때문에 상대 후보 흠집 내기 등 네거티브 선거로 변질되곤 한다.

지역농협 선거의 후진적인 선거문화 원인은 결국 조합원들이라는 것이다. 용인축협 조합원 B씨는 “누가 어떤 공약을 내거는지, 조합운영을 잘 할 수 있는지 별로 따지지 않는다”면서 “사실 누가 조합장이 되는지 관심을 갖는 조합원이 생각보다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조합의 주인이라는 농민 조합원들은 왜 선거에 무관심 할까. 조합원으로 활동하면서도 조합운영 등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일이라곤 선거가 고작이다. 조합이 경영을 잘못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매출이나 이익이 줄어 배당금이 감소해도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즉, 조합에 기댈만한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조합의 주체가 직원이 아닌 조합원임에도 직원이 조합장 선거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들도 줄 세우기를 통해 직원들의 선거 개입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선거 전부터 직원들은 소위 ‘라인’으로 갈려 선거에 개입하고 선거 이후에는 미는 후보의 당락에 따라 보직이 바뀌는 일이 벌어져 왔다.

협동조합의 주체는 직원 아닌 조합원


2010년 조합원들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재선에 성공한 지영배 경남 거제 신현농협조합장은 지난해 12월 전남 나주에서 열린 전국지역리더대회에서 “선거는 힘의 우위가 아닌 주권의 정당한 행사를 통해 새롭고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을 선택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협동의 결과물은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철저히 담보할 때만이 올바른 지도자를 선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협동조합의 주체는 직원이 아닌 조합원임에도 지금까지 직원이 조합장 선거에 개입한 사례는 무수히 많았다”며 “이는 주체가 아닌 주체로서 해야 할 역할을 망각했고, 조합을 하나의 개인 소유체로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며 지역적으로 기득권자의 사업체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 조합장은 “많은 후보는 공약에 대한 실천 의지가 조합원으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선거의 모순된 실태를 답습해야 당선된다는 견해가 실천 가능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보다 당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라며 “후보가 정책과 공약을 제시해 당선될 때 이사회나 총회에서 당선자의 추진계획에 대해 그 이행 여부를 따져보고 전체 조합원의 결정에 부합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책과 공약이 허무맹랑하거나 실천 불가능한 공약이라도 당선만 되고 보자는 식의 선거운동문화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실천할 수 없는 공약과 그 같은 공약을 내건 후보자를 걸러내야 할 유권자인 조합원이 변화하지 않는 한 지역농·축협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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