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2/문예회관2=선진 문예회관에서 배운다

지역의 문예회관은 서울을 비롯한 몇몇 대도시에 비해 문화적으로 소외되고 제대로 된 문화소비가 원활하지 못한 지역주민들에게는 유일한‘문화적 공공재’의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다.

용인시의 경우 문예회관이 시설관리공단에 의해 운영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운영상의 허점(본지 194호 2면)으로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시의 거의 유일한 문화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이용은 미약하고 문예회관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시민들도 적지 않을 정도다. 이는 문화향유기회 확대를 통한 지역간 불평등 해소, 지역문화의 정체성 확립, 새로운 지역문화 창조라는 문예회관의 본래적 기능을 용인시의 문예회관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의 부족한 예산지원, 공단의 소극적인 경영, 그로 인한 시민들의 외면 등으로 문예회관은 시민을 위한 공간이 아닌 극소수의 예술단체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성공을 거두며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곳 또한 적지 않다. 의정부예술의전당, 김천문예회관, 과천시민회관. 이 곳은 용인시가 갖고 있는 운영상의 난점들을 효율적인‘예술경영’을 통해 극복하며 지역문화의 질적·양적인 부분에 크게 공헌해오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문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의정부문예회관, 적극적인 문화마케팅을 도입한 과천시민회관, 문화정책의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 김천문예회관의 성공은 운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 관계자들의 변명이 궁색해 보인다.

전문인력에 의한 경영…의정부 예술의전당

지난 2001년 개관한 의정부예술의전당은 용인시와 마찬가지로 시설관리공단을 통해 위탁경영되고 있다. 그러나 위탁경영을 맡기고 모르쇠 손을 놓는 다른 지자체들과는 달리 시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지속되면서 현재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손꼽히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시의 지원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문인력의 배치. 의정부시는 공채를 통해 관장부터 공연계획을 담당하는 직원까지 모두 민간전문인으로 구성, 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하는 형식으로 전문성을 강화했다. 시의 파격적인 정책은 곧바로 공연장의 전략적 중·장기 발전계획의 수립과 예술가족 1만명 확보운동, 국제문화축전으로 자리잡은‘음악극 축제’의 성공적 개최로 이어져 지역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지역문화예술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적극적인 문화마케팅…과천시민회관

95년 개관해 2000년 과천시민회관 관리공단으로 새롭게 출범한 과천시민회관은 현재 연간 수입 10억원대, 운영자립도가 75%에 이른다. 공연장 이용객수도 연 48만명을 넘어섰고 시민회관의 문화가족도 14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시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과천시민회관이 적극적인 문화마케팅을 도입해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용인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문예회관이 공연장 대관 수익에 크게 의존하는 것과 달리 과천시민회관은 공연장 대관을 대폭 줄이고 문화제실 운영사업을 펼쳤다. 전시실과 세미나실, 강좌실 등을 대관하는 이 사업은 공연위주의 운영에서 탈피해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을 끌어들이면서 지난해 총 5690건의 대관건수를 올렸다. 대관수익의 급상승으로 이어져 수익성측면에서 성공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이전보다 더 많은 고정 이용객들을 끌어들여 장기적인 운영의 측면에서 무형의 자산을 확보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밖에도 발레아카데미사업,‘3040주부 Culture Marketing’등 각각의 대상에 맞는 사업을 통해 지방 공기업으로서는 보기 드문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

15만 도시의 70만명 관객…김천문예회관

개관 3년만에 전국의 111개 공연문화기관 중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천문예회관은 소도시 문화정책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김천문예회관은 초대권이 만연하는 일부 문예회관과는 달리 개관초기부터 유료공연을 정착시켜 공연수지의 효율성과 자체세입을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은 자체기획공연의 질적 수준향상, 수준 높은 중앙무대 공연의 유치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또한 전국의 문예회관 중 유일하게 계약직으로 전문인력을 상근시키고 일반직원들의 재교육 프로그램, 시장조사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공연관람이 뜸한 비수기에는 영화와 DVD상영 등으로 이용객들을 꾸준히 불러모아 연간 이용객수가 70만명에 이르고 있다. 연간 예술행사 관람 횟수 3.33회(2000년 전국 기준)를 감안하면 인구 15만명이 거주하는 시의 문예회관이 기록한 이 수치는 놀라운 성과다. 특히 앞선 의정부나 과천의 경우와 달리 시의 예산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료관람 유도, 활발한 기획공연, 적극적인 시장조사 등 효율적 운영의 묘를 살리는 방향으로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예산부족’과 ‘시민의식부족’등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용인시 관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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