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예년보다 한 달 가량 앞당겨진 추위라고 한다. 어느 누군들 추위가 반가우랴만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어서 이 추위가 영 반갑지 않은데 이 가을 일찍 찾아온 추위를 데워 줄 즐거움이 있다. 버스에서 내려 200여 미터 남짓 되는 도서관으로 오르는 길 위엔 노란 은행잎이 수북히 떨어져 쌓여 있는데 그 길을 걷는 즐거움이 이 늦가을에 빼 놓을 수 없는 나만의 흡족한 정취이다.

이제 겨우 아장아장 걷거나 유치원에도 갈 나이가 안 된 아이들을 둔 젊은 어머니들을 도서관 안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아직 어린아이들을 둔 젊은 새댁들이 아이들 키우기에도 버거운 상황에서도 유모차를 끌거나 등에 업고 도서관 계단을 오르는 모습은 가을날, 내려 퍼지는 투명한 햇살만큼이나 내 입을 벙긋 열리게 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저 젊은 새댁들이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언제 책을 볼 수 있을까 안쓰럽지만 설령 젊은 어머니들이 빌려간 책을 제대로 다 못 읽은들 그것이 무슨 대수랴. 중요한 것은 우리의 대를 이어 다음 세대의 주역을 키우는 어머니들의 정신영역이 건강함으로 가득한데.

주변에서 유난히 아이의 학교생활에 깊숙이 관여하고 싶어 안달을 하는 어머니들을 가끔 보게 된다. 그런 그들에게 씁쓸해 하며 내심 경멸하는 마음마저 가지기도 했다. 저런 부류들이 일선에서 소신을 가지고 열심히 교육하시는 선생님들을 싸잡아 매도하고 사교육을 난립하게 하는 주범이라고.

아이들에게는 쉴 틈도 없이 하루에도 네다섯 군데의 과외를 시키고 ‘공부해라, 공부해라’ 노래를 불러 대면서 정작 어머니인 본인은 아이들 앞에서 책은 고사하고 잡지책 하나 들여다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도서관을 자주 찾는 의식있고 건강한 젊은 어머니들로 인해 봄 눈 녹듯 사라진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책을 읽는다는 것. 살아가면서 올곧게 자신의 내면에 튼튼한 버팀목 같은 거대한 기둥 하나를 세워 놓은 듯이 책읽기는 곧 자신을 흔들림 없이 곧추 세우는 것이라고 여기고 싶다.

점점 기온이 내려가고 그에 따라 우리들 마음도 함께 스산하고 황량해질 겨울이 오기 전, 봄 여름내 씨 뿌리고 가꾸었던 농작물을 거두어들이듯이 내면을 튼실하게 해줄 지적양식을 차곡차곡 저축해 둠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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