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치를 수 있을까 우려했던 성대한 잔치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우리는 지난 6월 한 달을 모두 붉은 열병으로 심하게 앓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투병의 고통을 괴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들 인생에 있어서 드물게 만끽하며 감히 어떤 잣대로도 잴 수 없는 정신의 풍요로움을 가졌을 것이기에.

그 밑바닥엔 기성세대가 철없고 한심한 것들이라고 치부하던 우리의 아들, 딸이 있었다. 내 주변 사람 중 한 명은 그들의 응집력에 대해서, ‘저 아이들이 전쟁이 나도 지금처럼 저렇게 단결된 힘으로 나라를 지킬 것인갗라며 지극히 부정적인 시각을 내보였다. 젊은 그들에게 그와 같이 기성세대로 분류되는 나는 많이 부끄러웠다. 적어도 그들은 말만 앞세우고 결정적인 순간에 발을 빼려드는 비겁한 어른들보다는 용감했기 때문이다.

박세호, 32세. 두 다리와 왼쪽 팔을 쓰지 못하는 뇌성마비 지체 1급 장애이며 그는 또한 장애인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이다. 그의 소원은 나라의 국방을 지키는 것이지만 장애인이기에 늘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물론 어림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가수 유승준씨의 군입대 기피 파문 때 국방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몸은 비록 불편하지만 이 땅의 젊은이이자 이제 8살 난 아들과 아내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 남편, 국민으로서 의의를 갖게 하고 싶다고. 그의 글은 받아 들여졌고 국방부는 만 하루의 병영생활을 허용했으며 DMZ 철책근무를 무사히 수행했다고 한다.

그 내용을 접한 내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는 2002년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그 대회에서 승패의 의미보다 더 값진 자신의 극한의 한계를 넘어선 의지력을 다시 한 번 여지없이 보여 줄 것이다.

터키와의 3, 4위 전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기립해서 박수를 치며 성숙된 문화의식을 유감 없이 보여 준 젊은이들이여. 그러한 문화의식을 우리만의 문화와 영역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전 세계 인류의 문화 속으로 과감하게 뛰어 들어 바람직하게 접목시키고 흡수하자.

젊음 자체만으로 재산이 될 수 있는 찬란한 그들.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가며 든든한 기둥이 될 젊은 그들에게 손바닥이 얼얼하리만치 가슴 깊은 곳의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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