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큰 맘 먹고 모 브랜드의 면 티셔츠를 구입했다. 한 두 번 입었을까 실크 소재도 아니고 해서 다른 옷과 같이 물빨래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군데군데 얼룩져서 입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아까운 생각이 들긴 했지만 옷을 구입한 매장도 멀고 A/S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대로 옷장 안에 집어넣었다.

그 후 미국으로 여행을 가게 됐다. 여행사 가이드는 “미국은 철저한 신용주의 사회다”라고 연실 강조했다. 실제로 가이드의 말이 사실임을 어렵지 않게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한 상점에 들어가 쇼핑을 하던 중 목걸이의 가격을 묻는 나에게 점원은 50% 할인된 가격을 불렀고 곧바로 상점주인이 다가와 30%밖에 할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점원은 자신의 실수로 그렇게 말했으니 50%할인된 가격만 내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며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작은 선물매장의 점원 한 사람도 자신이 한 말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진다는 생각이 나를 더욱 감동하게 했다. 이러한 직업의식이야말로 미국사회의 ‘신뢰주의 기업경영’의 큰 버팀목이 아닐까.

미국에서 돌아온 후 여행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미뤄두었던 옷장 속의 티셔츠를 꺼내 들고 구입한 매장으로 가서 의류심사를 부탁했다. 며칠 후 심사결과가 나왔으니 방문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세탁 부주의로 탈색되었기 때문에 어떤 조치도 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괜히 기분이 언짢았다.

브랜드에서 옷을 사 입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추후 보상제도가 잘 되어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인데 한순간 그 믿음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입었던 옷을 교환해 주고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이 말한 금액만 내라고 했던 미국점원의 말이 귓전에 맴돌아 돌아서는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이제 우선 팔고 보자는 후진국 경영방식의 시대는 지나갔다. 우리나라 제품도 좋은 품질과 철저한 사후 서비스로 축구와 함께 세계시장에서 월등히 Made in Korea 열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길 소망한다.

/김미영(연세간호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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