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대학 시절 무더운 여름, 수원에 있는 성빈센트병원 중환자실에서 대학교 과정의 하나인 실습을 받게 됐다.

우리는 무서운 중환자실 분위기에 압도돼 숨소리조차 크게 낼 수 없었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며칠 째 무의식 상태에 있던 한 환자의 발가락과 손의 움직임이 미세하게나마 느껴진 것은 큰 희망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상태로 건강 상태가 호전되면 의식을 곧바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뒤로한 채 이틀의 휴식을 마치고 상태가 많이 좋아졌을 환자를 생각하며 중환자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있어야 할 자리에는 다른 환자가 누워 있었고 안타깝게도 그 환자의 죽음을 전해 들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인의 죽음에 대해 느껴보는 슬픔이였다. 화장실 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 죽음을 보며 ‘인생무상’에 대해 많이 슬퍼하며 울었다.

그 이후, 많은 임종을 보았고 임종 앞에서도 덤덤해져 가는 나를 발견하면서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병원 환자실 시트 밑에 꼬깃꼬깃 구겨진 지폐 몇 장, 금가락지 등을 애지중지하며 끝까지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암으로 고생했던 돌이 할머니가 그랬다.

한편 많은 환자들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학창시절 겨울에 친구로부터 받는 편지 한 귀절이 생각이 났다. 절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철학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공수래 공수거’. 결국 우리네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각박하게 살아가는 요즘,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라면 조금 더 양보하고 또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조금은 살맛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삶의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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