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산 허리자락 십리 길
굽어굽어 곱든 고개

괴나리봇짐도 힘겨워 쉬어 넘던 길
두견새 울음에 진달래꽃 피면
산꿩이 울고 간 자리, 고개든
참나리꽃이 외롭습니다.

지금도 풀숲엔 과거 길이 누워
한양 길 나그네를 기다리고
길손맞던 주막 자리엔
술꾼들 주모 부르는 소리
깨진 사발조각에 허기가 묻어 있습니다.

고개에 오르면 바람이 흔들어도
사암골 저수지는 물안개에 취해 일어날줄 모르고
발 아랜 옛 금광 터, 덕대는 간 곳 없고
함지질꾼 일나간 아버지의 바튼 기침소리만
아슴히 귓가에 맴을 도는데
언제부턴가 하나 둘 전원주택이
흩뿌려진 유년의 삶을 깔고 앉아있습니다.

문수산 허리 자락 십리 길
굽어굽어 곱든 고개
가랑가랑 숨이 차 오늘도 넘어 갑니다.


△곱든고개: 용인 해곡동에서 원삼면으로 넘는
험한 산 길로 옛 지명은 곡돈이나
곱동 또는 곱든으로 불림.
△덕대: 남의 광산 일부를 채굴권을 맡아 경영
하는 사람.
△함지질꾼: 돌과 모래가 섞인 채 채취한 금을
물에 씻어 분리해 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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