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궂이 마다않는 도둑님들 은공으로 하늘은 구멍이 났다. 장부처리 번드레한 수해구제정책 따위 수재민을 보듬고 잇속만을 챙기는 빛 좋은 개살구는 세월을 좀먹었음이 면경알 보이듯 하지만, 내 코가 만발인데 무슨 탓을 하랴. 거듭 수몰되는 예감에 떨면서도 작년 떠내린 자리에 청개구리처럼 엎어져 하루하루 못 죽어 살아온 그것이 죄였더니라.
상처도 못 아물린 그 살림 또 잠수시키고 옥상이란 이름의 무인도에다 허옇게 불어터진 돼지 떼를 띄운다. 이웃의 무인도에는 퉁겨 나온 눈알을 들이지 못해 못 죽어버린 소들이 멀미를 인내하고 단식투쟁을 하는데, ARS 의연금을 받아 먹느니 하늘의 별을 따라며 나의 피부는 이제 저 숫자판 놀음을 비웃는다.
도대체 뉘 배를 채우려고 저놈의 숫자판은 몇십 억을 치닫는가 시침이건 분침이건 초침이건 제멋대로 휘둘리어 기어이 거꾸로 치달리는 높은 님들 팔목의 시계판처럼 나의 삶 또한 더도 말고 3년만 거꾸로 갈 수 있다면 신설놀이판 그 위에 틀었으리라 나의 둥지를.
침몰 일보 직전 베란다 난간 붙들고 구조선 탔었지만 청개구리 에미의 무덤 같은 보금자리 그리워 암초에 부딪힘 없이 계곡에 처박힘 없이 그리고 씻어 말려 너의 속 깊이 몸을 쉬리라. 씻은 그릇 씻고 또 씻다가 며칠 굶긴 모가지에 찬물 한 줄기 들이고 보니 내년에 또 무사하란 보장이 어디에도 없음에 땅으로 꺼지고만 싶다.
한 가닥 살길이라면 아이들 데리고 천리나 만리나 도망치는 일이지만……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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