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7월 복더위에 포승줄 감은 님들은 대도와 의적을 가리느라 목젖이 타고 높은 님의 청렴결백에 얼이 빠진 사람들은 낮은 님의 알록달록한 티셔츠로써 광대놀음을 하고 위기로 가는 살림살이를 앞질러 거꾸로 가는 시계를 차고 미풍 산들거리는 나무그늘에 앉아 묵사발 말아먹는 까짓 유치한 그 놀음이사 어제 오늘 일이던가.

날궂이 마다않는 도둑님들 은공으로 하늘은 구멍이 났다. 장부처리 번드레한 수해구제정책 따위 수재민을 보듬고 잇속만을 챙기는 빛 좋은 개살구는 세월을 좀먹었음이 면경알 보이듯 하지만, 내 코가 만발인데 무슨 탓을 하랴. 거듭 수몰되는 예감에 떨면서도 작년 떠내린 자리에 청개구리처럼 엎어져 하루하루 못 죽어 살아온 그것이 죄였더니라.

상처도 못 아물린 그 살림 또 잠수시키고 옥상이란 이름의 무인도에다 허옇게 불어터진 돼지 떼를 띄운다. 이웃의 무인도에는 퉁겨 나온 눈알을 들이지 못해 못 죽어버린 소들이 멀미를 인내하고 단식투쟁을 하는데, ARS 의연금을 받아 먹느니 하늘의 별을 따라며 나의 피부는 이제 저 숫자판 놀음을 비웃는다.

도대체 뉘 배를 채우려고 저놈의 숫자판은 몇십 억을 치닫는가 시침이건 분침이건 초침이건 제멋대로 휘둘리어 기어이 거꾸로 치달리는 높은 님들 팔목의 시계판처럼 나의 삶 또한 더도 말고 3년만 거꾸로 갈 수 있다면 신설놀이판 그 위에 틀었으리라 나의 둥지를.

침몰 일보 직전 베란다 난간 붙들고 구조선 탔었지만 청개구리 에미의 무덤 같은 보금자리 그리워 암초에 부딪힘 없이 계곡에 처박힘 없이 그리고 씻어 말려 너의 속 깊이 몸을 쉬리라. 씻은 그릇 씻고 또 씻다가 며칠 굶긴 모가지에 찬물 한 줄기 들이고 보니 내년에 또 무사하란 보장이 어디에도 없음에 땅으로 꺼지고만 싶다.

한 가닥 살길이라면 아이들 데리고 천리나 만리나 도망치는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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