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이루기 위한 과정보다도 결과를 더 중요시 하는 것이 우리사회이고 그러한 속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게 바로 여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여행의 비유로 들자면 서양에서는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할 때 목적보다는 어느 코스를 택하느냐가 중요한 관심사가 될 뿐 우리처럼 코스야 어떻게 되는 목적지만을 놓고 왈가왈부 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혹자는 여행의 일면을 비유로 든다고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비판을 할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여행태도를 살펴 보면 공감이 가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 하다보니 목적지에 이르러서도 행동은 마찬가지다. 바리바리 싸 가지고 간 음식을 먹고 나면 사진 몇 장 찍는 것이 고작이다.

사실 여행의 즐거움이나 진미가 그런데 있지 않음은 물론이다. 짐을 꾸리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는 동안의 설레임,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전원풍경의 감상, 목적지에 이르러서도 그 지방의 풍물이나 역사 등을 살펴보는 일 그리고 귀로의 조용한 되새김 등 이 모든 것이 아우러져 하나의 하모니를 이룰 때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과 못지 않게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반드시 여행에 국한된 일만은 아니다. 우리의 매사가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니 그 결과를 놓고 나중에 과정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게 되는 것들을 볼 수 있다.

지금 시내 모 초등학교에서 운영위원 선출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가 선출과정상 문제라고 한다. 과정이야 어떻든 그로 인해 학교당국은 물론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겪는 피해가 너무 커 보인다는 것이다. 운영위원의 설치 목적 자체가 학부모를 참여케 하여 교육의 여건을 바르게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운영위원 재선출이라는 상급기관의 행정 시정명령의 진위야 어떻든 교육의 주체인 아이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소모적인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 또한 문제의 본질과는 무관하게 감정이 앞선 결과에 대한 대가라 여겨진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일로 인해 평생을 교육 일선에서 긍지와 자부심으로 지내 온 교직자 이력에 상처가 될까 싶은 것이다. 또 관련 부모로서는 어린 자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이유야 어떻든 문제를 정상화 시켜보겠다고 애쓰는 일부 학부모들 역시 가슴에 더 큰 상처가 될까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이로 인해 어린 학생들의 정상적인 교육프로그램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면 명분이 없을 뿐더러 관련자 모두가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 뻔하다. 이를 보면서 어떤 일에든 결과에 연연해서 과정을 간과하는 잘못을 답습하지 않았으면 싶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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