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다시 오지 않을 듯
몸 속 강물을 마르게 하고
혀 끝
이슬보다 작게 떠 넣어 주는 스푼의 물로
아버지는 홀로 죽음을 벗 하신다

아버지에게 오는 길
보도 블록 틈새에 핀 봄을 보았다
봄 한송이를 뽑아
잘 펴지지 않는 손가락에 감아 드렸다
민들레 꽃가루 콧등에 묻히고
추억을 맡는 아버지의 얼굴 가득 향기가 감돈다

고통으로 깊게 패인 얼굴 펴게 한
저 향기의 주인은 누구일까
죽음 앞에서 추억하는 미소
마지막까지 갖고 갈 보물인양
하늘 사다리 오르내리는 영혼

죽음은 추억으로 화사하고
이별은 만남으로 향기롭다
아버지의 봄 내게 옮겨 와
어느 곳에든지 희망으로 꽉 찬
민들레 씨앗의 인사를 받는다
꽃가루 빛깔만큼이나 노오라진 동공
저 깊이 살아
나에게까지 심어 주고 가는
알 수 없는 힘
나도 몰래 가슴에 끌어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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