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그리움이 치솟던 날
내 한끼 저녁 식사로도 넉넉한 눈발
하늘이 어지럽도록 퍼붓던 그날
모닥불엔 장작을 덮고 있던
고기비늘 같은 아품이 붉게 타오르고
읽던 책을 옷 속에 집어넣고
아,
난 한 조각 눈발로 희게 마른 몸을
장작 위에 올려놓습니다.
먼발치에서 들려오던 팽팽한 그리움이
가슴속으로, 가슴속으로 뼈 줄처럼 당겨져 오고
모닥불이 곁에 있어도 난 너무 춥기만 합니다
날카롭기만 하던 소나무 잎새 위로 눈발이 쌓여가고
눈의 무게가 소나무를 붙들고 울 때
덩어리로 쏟아지는 소나무의 흰 피
내가 그 피를 손으로 안을 때 슬픔 같은 것이
가슴속을 물컹물컹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산을 넘어 눈발처럼 달려온 그대를 안고 하산하는 밤
길이 끊겨 더 행복한 이밤
난 눈발을 안고 새벽을 기다립니다
눈이여 내 길을 막아다오
겨울이여 나를 생매장 시켜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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