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코치협회 전문코치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읽으면 얽히고설킨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주인공들로 인해 안타깝다. 사랑 때문에 시기하고, 시기는 거짓말을 낳고, 거짓말은 오해를 불러 결국 죽음이라는 결말로 치닫는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아닌가.

출생의 비밀, 불륜과 암투로 얼룩진 막장 드라마와 같은 구조다. 그러고 보니 막장 드라마의 원조는 셰익스피어였던가? 4대 비극 중 가장 막장 작품은 <오델로>인 것 같다.

베니스의 오델로는 혁혁한 전공을 세운 무어 출신 장군이다. 원로의 딸 데스데모나는 오델로와 사랑에 빠져 부친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다. 한편 오델로가 카시오를 부관으로 임명한 데 앙심을 품은 부하 이아고는 카시오가 데스데모나와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모함한다. 그는 데스데모나의 하녀인 에밀리아한테서 손수건(오델로가 데스데모나에게 준 사랑의 정표)을 받아 낸 후, 그 손수건이 카시오에게 있다고 오델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결국 아내의 부정을 확신한 오델로는 아내를 목 졸라 죽이고, 후에 진실이 밝혀지자 비통해하며 자살하고 만다.

독자로서 책을 읽을 때는 전후 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부하의 모략에 속아 정신을 못 차리는 오델로가 어리석게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만약 실제로 이야기 속의 오델로였다면 어땠을까? 가장 사랑하는 아내가 가장 신뢰하는 부하와 불륜을 벌이다니. 증인도 있고, 물증도 확실하다. 그런데도 아내는 뻔뻔스럽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있다. 아마 내가 그였더라도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제대로 판단을 내리기는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안타까운 점이 있다. 3막4장의 한 장면을 보자.

 

오델로 : 손수건을 가져와봐! 왠지 불안하군.
데스데모나 : 여보, 그만한 분(카시오)은 없어요.
오델로 : 손수건을 내놔!
데스데모나 : 카시오 얘기를 하세요.
오델로 : 손수건을!
데스데모나 : 오직 당신의 호의만 믿고 줄곧 온갖 위험을 같이 겪어 온…
오델로 : 손수건을!
데스데모나 : 정말 너무 하세요.
오델로 : 듣기 싫소! (퇴장한다)

오델로는 손수건을 가져오라고 하고, 데스데모나는 카시오를 복직시켜달라고 한다. 서로 상대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거듭하고 있다. 이 대화 이후에 오해는 더욱 커져서 오델로는 그의 아내에게 “이 독초 같으니! 이 뻔뻔스런 매춘부야! 교활한 창녀!” 같은 비난을 퍼붓고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무엇이 두 사람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갔을까? 커뮤니케이션은 서로 주고받는 것인데 두 사람은 자기 의사를 상대에게 주기만하고 있다. 한 명이라도 상대의 말을 받아주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나갔더라면 참극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3대 비극이 될지언정, 데스데모나와 오델로는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라는 아쉬운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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